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지역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4기를 짓고 있는 우리나라가 2조~3조원으로 전망됐던 장기 정비계약 단독 수주를 결국 놓치고 말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바라카 원전의 설계, 건설, 운영 지원, 핵연료 공급, 정비 등으로 이어지는 전(全)주기 사업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5년이라는 단기간 하도급 계약을 따낸 게 전부다.

UAE가 한국에 단독 장기 계약을 주지 않은 것은 ‘국내 탈(脫)원전 정책에 대비한 위험관리’라는 게 원전을 아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UAE가 우리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정비 파트너 선정 발표에서도 한국의 원전 정책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UAE가 국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힐 이유가 전혀 없고 보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우리 몫이 확 줄어든 UAE 원전 정비계약은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을 때 해외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던 정부의 공언이 빈말이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기대했던 원전 수주는 물 건너가고 있고, 체코 카자흐스탄 등에서 대통령이 벌였다는 원전 세일즈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 건설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했던 원전 해체도 마찬가지다. 원전 해체시장은 건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데다 인건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더구나 해외 원전 해체가 한국에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산업부는 “탈원전은 60여 년에 걸친 장기계획”이라고 주장하지만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6기 백지화 등으로 인력과 기술 유출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은 적자로 내몰리고 민간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급기야 부작용은 해외로까지 번지는 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난에 가까운 탈원전 부작용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제 발등 찍은 게 갈수록 분명해지는 탈원전 전말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래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