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욕만 앞세운 '세계 최초 5G 상용화'
“정부는 통신사, 단말기 제조업체 등과 긴밀히 협의·소통하고 시장 준비 상황을 파악하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업계와 적극 협력해 한국의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9일 내놓은 세 줄짜리 설명자료다. 정부는 2017년 2월 5G 상용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19년 3월을 상용화 시점으로 못박았다. 미국(5월)이나 중국·일본(하반기)보다 이른 시점이었다.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변수가 나타났다.

5G 스마트폰을 제조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부의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5G 요금제를 정부가 반려하면서 통신사들의 준비 상황도 늦어졌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목표 달성 시점을 3월에서 4월로 미뤘다.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은 이를 틈타 예상보다 1개월가량 이른 다음달 11일 5G 상용화를 한다고 치고나왔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5G 스마트폰을 다음달 10일 이전에 국내 출시하기로 했다. 통신사들도 5G 요금제 출시를 이에 맞추기로 해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타이틀은 거머쥘 전망이다.

애초 세계 최초라는 정부 목표는 한국이 5G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선의(善意)’로 설정됐다. 5G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5G 스마트폰이, 통신사들의 서비스가 세계시장을 선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조급하게 목표를 밀어붙이면서 간과한 것은 선의와 현실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현재 사용 중인 LTE(4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국가는 한국이 아니다. 2009년 10월 스웨덴의 통신사 텔리아소네라가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텔리아소네라는 이후 세계적으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스웨덴의 예로 볼 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글로벌 시장 선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빈틈 없는 세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의 선택을 받는다. 세계 소비자들은 한국의 5G 제품과 서비스가 가져다줄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와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세계 첫 타이틀은 그저 기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