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엘리트 공무원들이 잇따라 공직을 떠나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10월27일자 A1, 9면) 올 들어 8월까지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3~4급) 중 민간기업 이직 신청자가 114명에 이른다. 2014년 37명, 2015년 82명에서 2016년 163명, 2017년 111명 등 한 해 100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핵심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올 들어 4급 이상 이직 신청자가 17명으로 작년 전체 신청자(16명)를 넘어섰다.

공무원의 민간 이직은 양면성이 있다. 공직에서 익힌 기획력과 실무능력, 넓은 시야, 네트워크 등의 역량이라면 민간에서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삼성 SK 두산 등에는 그런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50대 관료들이 퇴직을 전후해 낙하산으로 옮겨가는 것과 달리, 한창 일할 ‘중간허리’들의 이탈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직업 안정성, 연금 혜택까지 포기하고 ‘모험’을 택할 만한 요인이 있다는 얘기다.

인사적체 심화, 고위직일수록 커지는 취업 제약도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 문제는 관료들이 국가 정책을 이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잃어가는 데 있다. 요즘 관료들은 청와대에서 하달된 업무를 수동적으로 수행하고, 열심히 일할수록 신분 리스크가 커지고, 정책을 적극 입안하면 “왜 나서느냐”는 소리를 듣는 게 보통이다. “정권 차원에서 정해진 방향에 따라 일만 하는 부속품 같다”는 한 국장급 관료의 토로가 이런 기류를 대변한다.

공무원이 흔들리면 정책품질 저하, 소극행정, 복지부동으로 이어진다. 이런 분위기에선 아무리 규제혁신, 창의적 정책 개발을 독려해봐야 소용없다. 젊은 관료들의 공직 이탈이 ‘정부 위기’의 신호가 아닌지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