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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미래 일자리 싹 자르는 공공부문 확대, 도(度)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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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페이(제로페이)’를 구축 중인 서울시가 산하 공무원을 총동원해 가맹점 확보에 나섰다고 한다. 음식점·카페 등에 대한 단속권한을 가진 구청 공무원들까지 나서면 자영업자들로선 거부하기가 곤란하다. 시스템 구현까지 난관이 커 “‘관제 페이’가 될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제로페이는 영세자영업자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해소하겠다’며 6월부터 도입을 추진 중인 모바일 결제시스템이다. ‘수수료 제로’는 참여기업들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체수수료는 ‘억지춘향’식으로 끌려들어간 은행이, 플랫폼 이용료는 간편결제사업자가 부담하게 된다. 비용은 민간이 부담하고 생색은 서울시가 내는 셈이다.

    정부 여당은 ‘제로페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며 결제액의 40%를 소득공제하는 ‘당근책’까지 꺼내들었지만 민간영역을 고사시킬 위험이 크다. 세금으로 버티는 사업은 오래가기 힘들다. ‘리터당 100원 싼 기름 공급’을 목표로 내걸었던 알뜰주유소의 실패가 잘 보여준다. 도입 8년째인 알뜰주유소에 적잖은 세금이 지원됐지만 기름값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 과당 경쟁을 촉발해 생태계만 파괴하고 말았다.

    설령 ‘제로페이’가 성공하더라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민간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일이다. ‘핀테크’로 불리는 결제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서비스로는 민간과 경쟁하기 힘들다. 이웃 중국의 동향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에선 채소가게에서 파 한 단을 사고도 모바일로 결제한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민간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서다. 알리페이의 알리바바그룹과 위챗페이의 텐센트는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핀테크산업을 선도 중이다. 서울시가 미래산업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공공부문의 한계는 ‘따릉이’로 친숙한 서울시의 공유자전거 서비스에서도 확인된다. 2만 대의 따릉이를 하루 1만7000명이 이용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 자랑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중국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지금 전 세계를 누빈다. 중국 내 1·2위인 오포와 모바이크는 세계 20여개국, 250여 개 도시에서 1800만 대를 굴리며 각각 3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유니콘’이 됐다. 더 중요한 건 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이동 데이터’가 쉴 새 없이 축적된다는 점이다. 시가 도로를 무단점용하고 매년 약 100억원의 세금이 지원되는 따릉이 탓에 민간서비스가 원천봉쇄되는 한국에선 꿈꾸기 힘든 일이다.

    미래 일자리까지 말려버리는 공공부문의 비대화는 확산일로다. 사립유치원 비리사태에서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안을 들고나왔지만 숙고해야 할 문제다. 국가예산을 지원받으면 경쟁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이는 4차산업의 핵심분야로 꼽히는 교육산업의 다양성과 창의력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금으로 불공정경쟁 환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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