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천자 칼럼] 서글픈 '중미(中美) 엑소더스'

짐보따리를 이고 뗏목에 가족을 태운 채 강을 건너는 여인, 한 손에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로 난간을 붙잡으며 다리를 기어오르는 남자, 트럭과 열차 지붕에 매달려 국경지대로 몰려가는 아이들…. 범죄와 가난을 피해 고국을 등진 중앙아메리카 난민들의 모습이다.

이들의 고향은 ‘중미(中美) 북부 삼각지대’로 불리는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다. 3국 모두 세계 최대 위험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살해된 민간인 희생자가 인구 10만 명당 100여 명이나 된다. 전쟁 중인 시리아(151명)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온두라스의 실업률은 올해 27.5%까지 치솟았다.

경제가 파탄난 상황에서 공권력까지 붕괴되자 갱단이 전국을 휩쓸었다. 폭력과 마약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국민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절망감으로 고향을 떠났다. 열흘 전 온두라스 주민 160명으로 시작한 탈출 행렬은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난민들의 합류로 7000명 이상이 됐다.

이들의 희망은 미국·멕시코에서 합법적인 이민자로 정착하거나 난민 지위를 얻는 것이다. 멕시코 경찰이 국경도시의 다리를 봉쇄했지만 이들은 헤엄쳐 건너며 북쪽으로 향했다. 이들의 최대 이동 거리는 3000㎞에 이른다. 선발대는 미국 국경에서 1800㎞ 떨어진 곳에 도달했다.

멕시코를 관통하는 여정도 참혹하다. 먹을 것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노숙하며 하루 평균 40㎞씩 걷는다. 어쩌다 얻어 타는 화물열차는 너무 위험해서 ‘죽음의 열차’로 불린다. 열차 지붕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북쪽으로 갈수록 멕시코에 거주하며 미국 이민을 기다리는 중미 출신 이주자들이 끼어들고 있어 난민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의 미래는 암담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민 행렬에 테러범들이 섞여 있다”며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국경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을 방치하는 멕시코와 과테말라 정부에는 경제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난민들은 “미국에서 체포되더라도 본국에서 갱단에 살해되는 것보다는 낫다”며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들 행렬을 ‘캐러밴(caravan)’이라고 부른다. 옛날 사막을 오가던 상인들을 뜻하던 용어가 이제는 목숨 걸고 국경을 넘는 난민들을 일컫는 말이 됐다. 그 배경에는 자국의 폭력과 마약범죄, 인접국의 이해관계, 미국의 이민정책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온두라스라는 국명은 ‘(카리브해의) 깊은 바다’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과테말라는 ‘나무의 땅’, 엘살바도르는 ‘구세주’를 의미한다. 이제 고국의 바다와 땅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이들 난민을 위한 구세주는 어디에 있는 걸까.

kd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