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배달의민족 창업자)이 그제 포럼 출범 2주년 행사에서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가 동남아보다 못하다”며 규제에 꽉 막힌 신(新)산업 현실을 하소연했다. 김 의장은 “미국 우버와 중국 디디추싱에 이어 동남아 그랩까지 빠르게 성장하며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하고 있지만 국내 승차공유 서비스는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첫발도 못 떼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돌아간다면 자기 사업 하느라 바쁜 기업들이 이렇게 뭉쳐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김 의장의 하소연은 곳곳에 지뢰처럼 널려 있는 규제가 최대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의 척박한 스타트업 환경을 대변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생존경쟁에 여념이 없어야 할 벤처 기업인들이 단체를 설립하고 규제 완화를 외치는 등 자구노력을 벌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오죽했으면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창립 취지가 “힘 모아 규제개혁 한목소리를 내자”이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발상으로 규제개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규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도 기득권 세력과 이익단체에 막혀 사업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콜버스(심야 버스 공유), 풀러스(카풀 앱) 등 새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이익집단 눈치를 보느라 규제 궁리부터 한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스타트업을 혁신성장 주역으로 치켜세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범법자 취급한다”는 업계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철옹성 같은 ‘기득권 장벽’을 허무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그것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의 책무다. 청년들이 마음껏 신산업에 도전할 수 있어야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도 창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