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 C랩 라운지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서울 봉천동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 C랩 라운지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링크플로우는 2015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에 참여했던 임직원들이 회사를 퇴사하고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레저용부터 보안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주변 360도를 모두 감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에 보안 요원이 가슴에 차던 카메라의 화각은 70~130도에 불과했다. 이 제품은 올해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해외 기업으로부터 100억원의 투자 유치도 이끌어냈다. 조성래 링크플로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보안용 웨어러블 카메라를 통해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보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도 환영

삼성전자는 링크플로우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배출한 C랩의 노하우를 외부에 개방한다고 17일 발표했다. 혁신적인 예비 창업가를 발굴해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8월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이기도 하다. 2022년까지 5년간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지원한다. 500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이 대상이고, 200개는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이 대상이다.

사외 스타트업은 삼성전자와 구체적인 사업 협력이 가능한 2~3년차 스타트업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만 있는 예비 창업자, 1년 미만의 스타트업 지원 비중이 더 높다. 삼성전자는 이날 AI·헬스·VR/AR·핀테크·로봇·카메라 등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15개 사외 스타트업 지원 과제를 발표했다.

삼성 'C랩 노하우'로 스타트업 500개 키운다
이 회사들은 다음달부터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 1년간 무상 입주한다. 개발 지원금으로 최대 1억원을 받는다. 디자인·기술·특허·세무 등 사내외 전문가의 멘토링은 덤이다. CES 등 해외 정보기술(IT )전시회 참가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두브레인은 유아용 발달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서울대 재학생인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한 인지 재활 솔루션을 보급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의 구형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고 싶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5년간 자체적으로 100개의 사외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200개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할 계획이다.

◆“실패율 90%에 도전하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과제는 5년간 200개로 잡았다. 2012년 말 도입된 C랩은 사내 창의문화 확산을 위해 실험적으로 시작됐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실패율 90%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과제를 선정했다. 실현된 과제 중에는 ‘착한 기술’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된 사례도 많다.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앱(응용프로그램) ‘릴루미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눈이 돼주는 소형 열화상 카메라 ‘이그니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상무)은 “C랩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큰 성공을 거두고, 삼성전자가 이 기업을 높은 가치로 다시 인수합병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