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17일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C랩 성과와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17일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C랩 성과와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하찮은 아이디어란 없다"

아이디어만 있는 초기 청년 창업자. 삼성전자가 지원할 외부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새 기준이다. 자사 사업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거나, 이미 성장한 회사를 중점적으로 봤던 시각에서 변화를 줬다.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의 운영 노하우를 외부로 확대해 5년간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본격 육성한다고 17일 밝혔다. 500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 200개는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이 대상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사외 스타트업 육성 지원 대상을 사업 협력이 가능한 2~3년차 스타트업 뿐 아니라, 예비 창업자와 1년 미만 신생 스타트업까지 넓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5년간 100개의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매년 하반기 공모전과 상시 선발을 통해 선발된다.

이날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열린 C랩 성과설명회에서 "C랩은 2013~2015년에는 임직원 중심으로 내부 혁신의 아이콘이었고, 2 016~2018년에는 관계사와 외부 대학생을 참여시켜 오픈 이노베이션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 C랩은 6년 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외부로 개방해 청년창업과 실업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 라운지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 라운지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
6년간 진행했던 C랩 과제는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로 구분된다. 인사이드는 임직원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사내 창의혁신 프로그램을 C랩으로 구현,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한편, 아웃사이드는 예비 창업가와 외부 스타트업 지원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전자가 아닌 외부 창업인들을 육성한다.

이번에 삼성전자는 외부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줬다. 무선사업의 좋은 파트너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20개씩 향후 5년간 100개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신생 스타트업 중심으로 지원하고 기존 모바일 부문 중심에서 세트 사업으로 확대한다.

국내 대다수 스타트업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육성·지원은 단비같은 소식이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창업 3년 후 생존할 확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살아남은 기업 중에서도 소수만이 투자 유치에 성공해 사업을 영위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스타트업들은 운영자금이 부족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성공이 쉽지 않다"며 "성공이 눈 앞인데 자금이 부족해 한번에 무너지는 스타트업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타트업의 이런 고충들을 덜어줌으로써 성장을 돕는다는 게 목표다.

이재일 상무는 "선발된 외부 스타트업을 다방면에서 지원한다. 업무 공간을 1년간 무상 제공하고 개발 지원금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며 "디자인·기술·특허·세무 등 실질적인 창업을 위한 사내외 전문가 멘토링을 실시하고, CES·MWC 등 해외 IT전시회 참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된 유아 인지발달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중인데 삼성전자 AI 부문과 개발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된 유아 인지발달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중인데 삼성전자 AI 부문과 개발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 선발된 15개 외부 스타트업은 공모전에 지원한 331개의 스타트업 중 AI·헬스·VR/AR·핀테크·로봇·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됐으며 대학생 창업팀도 2곳 포함됐다. 선발된 회사는 ▲원거리 물체를 원격으로 가상 터치해 움직임을 인식하는 '브이터치', ▲스스로 학습해 발전하는 인공지능 API와 챗봇을 개발하는 '데이터리퍼블릭' ▲유아용 발달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두브레인' 등 15개 스타트업이다.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된 유아 인지발달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중인데 삼성전자 AI 부문과 개발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면에서 유아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C랩은 지난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외부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입주했다. 또 창업이 가능한 C랩 과제들은 삼성전자에서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나가 현재 34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창업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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