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직접 나와 문재인 대통령을 포옹하며 파격 환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문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순안공항에 착륙하고 나서 7분 뒤 활주로에 미리 깔아둔 레드카펫 위로 부인인 리설주와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내외는 주민들의 함성 속에 레드카펫을 걸어 문 대통령의 전용기 트랩 앞에 섰다.

곧이어 전용기 문이 열리고 문 대통령 내외가 등장하자 김 위원장 내외도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평양정상회담] 공식환영식장 향하는 남북정상 내외 (사진=연합뉴스)
[평양정상회담] 공식환영식장 향하는 남북정상 내외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트랩을 내려와 다가서자 김 위원장은 두 팔을 벌려 힘 있게 문 대통령을 껴안은 뒤 서양식으로 뺨을 맞부딪히는 인사를 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정상급 인사가 평양을 방문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한 적은 없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요국의 정상이 방북한 사례가 없기도 했다.

리설주의 동반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적 관례로 보더라도 방문하는 국가수반을 정상이 공항에 나가 맞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공항에 나갔다.

남북간 정상회담에서 배제돼 왔던 예포 발사도 파격적이었다.
김정은, 문 대통령 영접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문 대통령 영접 (사진=연합뉴스)
앞서 판문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육·해·공 3군으로 구성된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를 사열했지만 예포 발사는 생략됐었다.

퍼스트레이디 영접과 예포발사는 문 대통령에게 최대 예우를 통해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인정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의 공항 영접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연상시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6월 순안공항에 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접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과 두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각별한 예우를 표현했으며 이 장면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육로로 방북해 공항 영접이 없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공식환영행사 중에 평양 4·25문화회관으로 나와 노 전 대통령을 맞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순안공항을 떠나 백화원초대소로 향하면서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두 정상은 평양의 음식점인 옥류관에서 오찬을 하고서 오후 첫 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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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을에 평양에 오시면 대통령 내외분을 (잘) 맞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순안공항 도착에서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던 남북 정상간의 만남은 앞으로 2박3일간 여정에서 또 다른 파격적인 순간을 낳을 것임을 예견케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