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정상회담을 위해 18일 오전 9시 49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와 함께 직접 공항으로 나와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손을 흔들며 전용기 트랩을 내려오자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박수를 치며 맞이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비행기 앞에서 서로 포옹을 한 뒤 악수를 나눴다.
벌써 세번째 만남답게 서로를 보며 반가워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트랩에서 내려온 뒤 남녀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는데, 이 꽃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받아든 뒤 문 대통령과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도열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붉은 카펫을 밟고 북한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북한군은 문 대통령을 향해 "각하 영접을 위해 도열했다"며 '각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예우를 갖췄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평양시민들은 인공기, 한반도기, 꽃다발을 흔들며 문 대통령 일행을 환영했다.
이날 오전 10시21분께 평양 순안공항을 떠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며 카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출발할 때는 각각 따로 차량에 탑승했지만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할 때 김 위원장과 같은 차량에 탑승한 모습이 잡힌 이유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뒷좌석 지붕이 없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동승한 채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오전 11시19분께로 예정된 11시보다 19분가량 늦어진 시각이다.
앞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양 도착 후 백화원초대소까지 55분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차량으로 이동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는 별도 차량에 탑승해 숙소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이 동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환영식이 열린 평양 순안국제공항은 지난 2015년 7월 신청사를 준공해 2000년과 비교해 산뜻한 모습이었다. 순안국제공항은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을 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평양방문으로 역대 대통령으로 세번째 방북을 하게 된 것이지만 의미는 각별하다.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마련된 대화테이블에 북한과 미국을 앉히기 위해 이뤄졌다면,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릴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대화테이블에 앉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개최된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11년 만에 평양에서 이뤄지는 남측 정상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가 깊다. 하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도출을 해야하는 어깨가 무거운 자리이기도 하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만남’ 자체에 무게를 둔 1차 정상회담과 달리 의제의 성과 등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평창올림픽 개최로 한껏 고조됐던 평화모멘텀과 달리 역사적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실무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라 문 대통령의 중재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놔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
블룸버그 통신은 평양에서의 상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AP 통신도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한 문 대통령이 3차 회담에서는 더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또 4월 1차 정상회담 뒤 83%까지 올랐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9%까지 떨어졌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도 갈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폐기와 관련해 가시적인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을 향해 출발하기 전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평화로,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평화"라며 "더이상 새로운 선언이나 합의를 바라는 게 아니라 합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