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김 구글 리드프로덕트 매니저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기아자동차 브랜드 체험관 ‘비트360’에서 국내에 출시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소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로렌스 김 구글 리드프로덕트 매니저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기아자동차 브랜드 체험관 ‘비트360’에서 국내에 출시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소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구글이 스마트기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자동차로 확장해 길 안내, 음악 재생 등 각종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를 한국에도 출시했다. 2015년 미국 등에 처음 내놓은 이후 3년 만이다.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달아오르고 있는 커넥티드카(통신망과 연결된 자동차) 경쟁이 구글의 가세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탑재

구글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기아자동차 브랜드 체험관 ‘비트360’에서 안드로이드 오토의 국내 출시 행사를 열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결해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앱(응용프로그램)이다. 내비게이션, 음악 재생, 메시지 전송, 전화 통화 등을 구글의 인공지능(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계해 탑승자의 목소리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줘”라고 말하면 내비게이션상의 목적지로 세종문화회관이 설정돼 경로를 안내한다. 또 “멜론에서 방탄소년단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음원을 알아서 찾아 틀어준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현대·기아자동차가 판매 중인 전 차량과 앞으로 내놓을 모든 차량에 적용된다. 현대차에서는 2014년 6월 출시된 그랜저, 기아차에서는 2013년 8월 나온 K5 이후 생산된 기존 차량들도 소프트웨어만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면 안드로이드 오토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내비로 길 안내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차량 화면의 내비게이션 설정에서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을 ‘온(On)’으로 맞추고 스마트폰을 차량 USB 단자에 케이블로 연결한다. 안내에 따라 안드로이드 오토 앱, 구글 앱, 카카오내비 앱, 구글 TTS 앱을 설치하고 약관 동의와 로그인을 거치면 된다.

이후에는 차를 운전할 때마다 스마트폰을 케이블로 차에 연결하고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활성화하면 된다.

구글코리아 측은 “안드로이드 오토가 영어 외 언어로 출시되는 것은 한국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 해외에서 첫선을 보인 안드로이드 오토의 한국 출시가 늦어진 것은 지도 서비스 때문이었다. 커넥티드카의 핵심 기능이 내비게이션인데, 구글이 요청한 한국 정밀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에 정부는 난색을 보였다. 구글은 카카오의 ‘카카오내비’와 손잡아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구글이 아닌 다른 회사의 지도 앱과 연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어웨이’.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어웨이’. /네이버 제공
◆토종 서비스 압도할 수 있을까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80% 이상이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데다 자동차시장 1위인 현대·기아차와 손잡은 만큼 적지 않은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드로이드 오토에서는 멜론, 지니뮤직, 네이버뮤직,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왓츠앱 등 다양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연동된 앱이 이용자들의 기대치만큼 풍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클로바’와 ‘카카오 아이’를 기반으로 차량정보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해 8월 클로바를 탑재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기기 어웨이(AWAY)를 선보여 차량공유서비스 그린카에 장착했다. 올해 2월에는 일반 소비자들도 구입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 제품을 내놨다. 네이버 아이디 로그인을 통해 즐겨찾기나 일정에 등록된 장소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네이버뮤직에 저장한 플레이리스트, 추천곡을 차량 스피커로 바로 들을 수 있다. SK텔레콤도 AI 플랫폼 ‘누구’와 내비게이션 ‘T맵’을 결합한 ‘T맵×누구’를 운영 중이며, KT는 비슷한 서비스인 ‘기가 드라이브’를 개발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