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토부 장관이 안 보인다
최근 한 독자가 이메일을 보냈다. 신혼인 이 여성은 “서울 강남에 진입하기 위해 본래 살던 집을 팔고 강남 중개업소를 3개월 이상 쫓아다녔지만 실패했다”고 한탄했다. 매물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도 사려고 하면 호가를 수천만원씩 올리거나 회수해버려서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가 강남 집값을 더 올리는 대책을 막 던지니 기가 막힌다”며 “괜히 ‘노무현 시즌2’란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고 개탄했다. 이 사연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게재됐다. 이 게시판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부동산정책 컨트롤타워인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경질하라는 민원으로 들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김 장관은 현 강남 아파트 상황이나 추가 대책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나 기획재정부에서 추가 대책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최저임금 인상에도 관리인력을 해고하지 않은 아파트 관계자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공동주택관리가 국토부 소관인 만큼 장관 업무 중 하나다. 그러나 다급해진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침묵하면서 최저임금 관련 단지를 찾은 김 장관의 이런 행보에 대해 “우선순위를 구분하지 못한다” “정치 쇼를 할 때냐” “대통령 코드 맞추기만 하느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과거 통계를 보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폭탄이 아니라 시장 개입 최소화와 공급 확대가 집값을 잡는 특효약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서울 아파트값은 내내 올랐다. 그칠 줄 모르던 상승세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정점을 찍었다. 이후 지루한 등락과 보합을 거듭하다 2011년 6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본격화된 시기다. 서울 집값 급등세는 박근혜 정부가 부양책을 쏟아내기 시작한 2014년 9월부터 다시 시작됐다.

김 장관의 올 신년사대로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정교한’ 정책이 필요할 때다. 최저임금 시책을 독려하는 ‘여권 3선 의원’에 가까운 행보보다 문을 걸어잠근 강남 공인중개업소를 둘러보면서 제대로 된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이해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