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끝내 안 나타난 홍기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끝내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8~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함께 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와 같은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연이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데 이어, 18일 열린 금융위 국감 마지막 날에도 재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3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부임한 홍 전 회장은 6월 돌연 휴직한 뒤 4개월째 행방이 묘연하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 결정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뒤 산업은행을 압박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혀 큰 파장이 생긴 직후다. 그의 발언 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지원은 밀실 결정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이 청문회와 국감에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대우조선이 국민 혈세로 연명하게 된 과정은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정부가 4조3000억원을 부담하고 확보한 AIIB 부총재 자리가 홍 전 회장의 휴직 후 없어져 버린 과정도 마찬가지다. 정부 측에서는 홍 전 회장이 어떤 경로로 AIIB 부총재가 됐는지, 또 어떤 이유로 경질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월 AIIB 부총재에 선임되자 “대한민국을 대표해 중책을 맡은 만큼 국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국익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막대한 해를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국익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이제라도 대우조선 지원 과정 등을 포함한 여러 논란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진실을 알아야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달 9일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 홍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다음달 초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회장이 그전에 스스로 진실을 밝혀주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