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입학한 후 중도 이탈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과학고와 영재학교가 재학생에게 ‘의대 진학 포기’ 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거나 의대 진학을 결정하면 각종 불이익을 주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대 갈래요"…과고·영재고 이탈 급증
종로학원은 최근 8년간 전국 27개 과학고, 영재학교 전출 및 학업 중단 학생은 515명이었다고 5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7개 과학고와 영재학교에서 2015~2018년 중도 이탈 학생은 196명이었는데 2019~2022년 319명으로 62.8% 급증했다.

영재학교 이탈률이 심각했다. 2015~2018년 23명이던 영재학교 이탈 학생은 2019~2022년 69명으로 세 배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권의 중도 이탈 학생이 많았다. 2015~2018년 30명에서 2019~2022년 65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도 이탈 학생이 급증한 원인은 의대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종로학원의 분석이다. 의대 진학 시 장학금 환수, 학교시설 이용 금지, 입학 시 의대 지원 포기 각서 등 제재가 늘어나자 진로를 고민하다 그만두는 학생이 많다는 설명이다.

영재학교장협의회에 따르면 영재학교에서 의대에 진학하려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과학고 및 영재학교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진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먼저 지원자 본인과 보호자가 제재 내용에 동의해야 의대 지원서를 낼 수 있고, 상담과 진학지도에서 배제되며, 일반고교 등으로 전출을 권고받는다. 또 정규 수업 이외 시간에 기숙사·독서실 이용 등이 제한된다. 추가 교육비와 영재학교 재학 중 지급된 장학금을 상환해야 하며, 영재학교 학생부 대신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학교생활기록부2 양식에 따른 학생부를 받게 된다.

종로학원은 “강도 높은 수학 과학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학생도 많다”며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생의 중도 이탈처럼 과학고 영재학교 학생들의 중도 이탈 또한 관심을 가지고 체크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