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지역 창원시 해안가 저지대, 해일·침수 악몽 벗어나
과할 정도 태풍 대비해 신설 배수펌프장 가동으로 피해 막아
'힌남노' 만조시간 상륙했지만…마산어시장 '매미' 때와 달랐다
강한 위력을 가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아침 경남을 지나갔지만, 창원시 저지대는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를 본 20년 전 태풍 '매미' 악몽을 피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대 해안가 저지대를 덮쳤다.

당시, 만조 시간과 태풍 상륙 시간이 겹치면서 마산만 수위가 크게 상승해 시가지에 해일이 발생했다.

상가 등에 있던 시민 18명이 해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힌남노는 이동 경로가 비슷하고 추석 즈음에 우리나라로 북상한 가을 태풍이라는 점,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때까지 강한 위력을 유지한 점, 만조 시간에 맞춰 경남에 상륙한 점이 태풍 '매미'와 닮았다.

마산합포구 주민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태풍 '매미' 악몽을 되풀이할까 봐 5일 저녁부터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강풍으로 간판, 신호등 등 시설물이 일부 부서지고 떨어지긴 했으나 인명피해는 1명도 없고 재산피해도 크지 않은 것으로 창원시는 파악했다.

'힌남노' 만조시간 상륙했지만…마산어시장 '매미' 때와 달랐다
어시장 상인 이천만 씨는 "밤새 해일이 덮쳐 추석 장사를 망칠까 조마조마했는데, 침수나 정전 없이 태풍이 지나간 것 같다"며 "일찍 나와 가게를 둘러봐도 눈에 띄는 피해가 없어 추석 장사 재개에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어시장 상인들은 6일 오전 강풍이 잦아들자마자 가게로 나와 가게를 정리한 뒤 추석 장사 준비에 들어갔다.

창원시와 지역 주민들은 과하다 할 정도로 태풍 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혹시 있을지 모를 해일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창원시는 지난 주말부터 물막이용 모래주머니 8만7천 개를 급하게 만들어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안병오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장은 "모래주머니를 1만2천개 정도 준비했는데, 원하는 주민이 많아 몇 배나 더 만들어 지원했다"고 전했다.

20년 전과 비교해 창원시 방재 역량도 크게 나아졌다.

창원시는 매미 피해 후 어시장 일대와 월영동, 해운동 등 마산합포구 저지대 침수를 막고자 수백억원을 들여 2007년 구항 배수펌프장, 2020년 서항지구 배수펌프장을 새로 만들었다.

'힌남노' 만조시간 상륙했지만…마산어시장 '매미' 때와 달랐다
구항 배수펌프장은 분당 빗물 476t, 서항지구 배수펌프장(1·2펌프장)은 분당 빗물 2천174t 배수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창원시는 마산만 만조시간인 6일 오전 4시 41분을 전후로 구항, 서항지구 배수펌프장을 가동해 빗물을 강제로 바다로 내보냈다.

박창선 창원시 마산합포구 안전건설과장은 "'힌남노' 영향으로 만조 수위가 크게 올라갔지만, 펌프장을 100% 가동하지 않고도 배수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옛날 같았으면 배수 요청이 쇄도했을 건데, 이번에는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다, 횟집이 몰려있는 어시장 해안가를 따라 투명 강화유리벽, 기립식 방재벽이 있는 방재언덕이 생기면서 태풍 대비가 더 충실해졌다.

'힌남노' 만조시간 상륙했지만…마산어시장 '매미' 때와 달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