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이 지난달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관계자와 면담하고 있다.  한경DB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이 지난달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관계자와 면담하고 있다. 한경DB
2조위안(약 370조원) 넘는 빚에 휘청이던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공식적으로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헝다는 지난 6일까지 반드시 지급했어야 할 채권 이자를 내지 못했지만 직접적인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피치가 9일 헝다를 ‘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강등시키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헝다의 디폴트는 공식화됐다.

국가·기업 명운 좌우하는 3대 신평사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은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되듯, 국가와 기업도 신용등급이 좋아야 자금이 필요할 때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다. 이런 신용등급은 민간의 신용평가 전문기업이 매긴다. 세계 신용평가 시장은 사실상 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경제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가 주인공이다. 3대 신용평가사는 주요 국가와 기업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매기고 수시로 재평가해 발표한다.

이들 업체는 신용등급 평가에서 각자 100년 넘는 업력을 쌓으며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3대 업체의 신용등급을 참조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라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면 경제신문에서 큰 뉴스가 되고, 떨어뜨리면 더더욱 큰 뉴스가 되는 이유다.

무디스는 1900년 미국의 출판업자 존 무디가 설립한 업체다. 1909년 미국 최초로 200여 개 철도채권에 대한 등급을 발표하며 미국 굴지의 신용평가사로 떠올랐다. 1929년 시작된 미국 대공황 당시 수많은 회사가 무너졌지만 무디스가 우량하다고 평가한 곳은 모두 살아남아 명성을 얻었다.

S&P는 1860년 미국에서 설립돼 3대 신용평가사 중 역사가 가장 길다. 회사채 신용평가를 하던 스탠더드스태티스틱과 푸어스가 1941년 합병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개별 국가와 기업의 신용등급뿐 아니라 폭넓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 증시 뉴스에 매일 등장하는 S&P 주가지수를 만든 것도 이 회사다.

피치는 1913년 설립된 후발주자로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1975년 3대 신용평가사 중 최초로 미국에서 국가공인 신용평가기관 인증을 받았다. 다만 무디스와 S&P에 비해 점유율은 다소 처지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점수를 후하게 준다는 평이 많다.

한국에는 “구조개혁 강화” 조언 제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에서 ‘Aa2’, S&P에서 ‘AA’, 피치에선 ‘AA-’를 유지하고 있다. 등급 체계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른데 무디스와 S&P는 상위 세 번째, 피치는 상위 네 번째로 좋은 등급을 부여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1997년 외환위기 때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적도 있지만, 위기를 신속히 수습하면서 빠르게 회복했다.

[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S&P·피치…주요 국가·기업 신용등급 매기죠
3대 신용평가사는 국가신용등급을 매길 때 단순한 경제지표 외에 정치 상황, 정부의 규제 환경, 사회·문화적 요인 등을 폭넓게 고려한다. 이들은 한국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등 구조개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