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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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심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투기 세력’이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어서 지지층과 내부 반발이 예상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인하 검토"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장은 “보유세가 올라간 상황에서 집을 팔고 싶어도 세금 때문에 내놓을 수 없다는 여론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성환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다주택자 양도세를 일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보유세는 두텁게 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기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과 세금 부담 확대 등 부동산 문제가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여당이 ‘부동산 민심 달래기’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를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김포공항 이전, 신도시 건설 등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징벌적 양도세 손질하고 공급 확대
與, 대선 앞두고 부동산대책에 사활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일시 감면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악화된 ‘부동산 민심’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해 매물을 유도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급등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매물) 잠김 현상이 오래간다”며 “보유세를 높여서 (다주택자는 주택을) 털고 싶은데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여론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간에는 (주택을) 아들, 손자, 며느리에게 줬다고 하지 않느냐”며 “증여세가 (양도세보다) 싸서 팔지 않고 물려준다”고 덧붙였다.

김성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주택자 입장에서 보면 올 6월까지 매각을 유도했는데 여전히 소유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며 “다주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갖고 있어도 부담이고,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6월 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 이상인 경우 양도세 최고세율이 2018년 52%에서 75%로 대폭 올랐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도세 일시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준다는 취지지만, 다주택자를 ‘적폐’로 규정해온 여당 지지층과 당내 강경파 의원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 역시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실현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철로 지하화, 김포공항 이전 등을 통해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에 반영할 계획이다. 박 의장은 “전철, (김포)공항, 공원 (부지) 등을 다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경우의 수를 다 나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미 경인선 지하화를 주택 공급 공약으로 내놓았다. 여기에 김포공항, 수원비행장, 성남비행장, 옛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등을 이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시행될 예정이다.

조미현/오형주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