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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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대 한도가 5000만원으로 축소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요구에 따른 것이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 만기를 맞아 한도 축소를 통보받는 금융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에서 대출금을 ‘덜 꺼내 쓴’ 사람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리에 나선 것이다.

지난 1년간 덜 썼다면 20~100% 감액

적게 썼다고 한도 줄이는 '황당한 마통'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올초부터, 하나은행이 지난달 말부터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한 데 이어 4대 은행 모두 한도 감액에 동참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신규 개인 고객에게 적용된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은행에서 신용도가 높은 개인들은 1억원, 1억5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뚫는 게 어렵지 않았다. 앞으로는 신용도가 뛰어나도, 연소득이 많아도 5000만원이 최대 한도다.

적게 썼다고 한도 줄이는 '황당한 마통'
기존에 5000만원 이상의 마통을 갖고 있던 사람이 이 돈을 최대한 끌어 쓰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도가 5000만원을 넘는 사람이 1년 만기를 맞아 일정액 이상을 통장에서 꺼내쓰지 않았다면 문제가 된다.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전액 감액돼 ‘일반통장’이 될 수도 있다.

신한은행은 3000만원 이상의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둔 사람이 재계약할 때 한도 소진율이 5% 미만이면 한도 20%를 감액하고, 소진율이 5~10%라면 10%를 감액한다. 최근 3개월 한도 사용률과 약정 기간 내(지난 1년) 한도 사용률 조건을 둘 다 만족시켜야 한다. 가령 1억원의 한도를 보유한 사람이 지난 1년간 한 푼도 꺼내쓰지 않았다면 8000만원으로 통장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우리은행의 감액 기준도 신한은행과 대동소이하다.

국민은행은 2000만원 이상 마이너스 통장의 만기 전 3개월 평균 소진율이 10% 이하라면 20%를 감액한다. 단 기한 연장일 당일 기준으로 약정금액의 50%를 이용하고 있으면 감액 없이 연장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신용대출' 상품에 한해 “사용 실적에 따라 최대 50% 감액하고, 사용 실적이 없으면 100% 감액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한도의 50% 이상을 꺼내쓰고 있으면 감액 없이 연장을 해준다.

지방, 특수은행 ‘풍선효과’ 우려

1년 전만 해도 금융소비자들이 1억원 이상 마이너스 통장을 연 2%대 초반의 금리에 손쉽게 빌릴 수 있었다. 지난해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국면에서 카카오뱅크 마이너스통장은 시중은행 직원들도 애용해왔다. 그런 카뱅도 지난 5월부터 신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줄인 바 있다. 재계약 시 소진율이 50% 미만이면 최대 30%까지 한도를 줄이고 있다.

최근 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질 전망이다. 마이너스통장을 덜 꺼내 썼다면 한도가 확 줄고, 많이 꺼내 썼다면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년 전(2020년 9월 7일) 기준 4대 은행의 직장인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는 최저 연 2.78%(하나은행)에서 최고 연 4.23%(신한은행)였다. 이날 금리는 최저 연 3.49%(국민은행)에서 최고 연 4.55%(신한은행)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한도를 낮추면서 아직 한도를 줄이지 않은 특수은행이나 지방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특수, 지방은행의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고, 현재 대출 금리가 오름세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훈/빈난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