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 강동구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과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강동구에 들어서는 9호선 4단계 구간이 서울~세종 고속도로 구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이유로 연장선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동구는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인 9호선 4단계 연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강동구 '9호선 4단계 연장' 갈등 증폭
◆강동구, “9호선 연장 안 들어오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강동구가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지 않으면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9호선 4단계 연장은 보훈병원에서 생태공원사거리, 한영외고 앞 사거리, 고덕역을 거쳐 고덕강일1지구까지 3.8㎞ 구간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보훈병원에서 종합운동장까지 연결하는 3단계(3.2㎞)는 내년 하반기 완공된다. 4단계까지 연장되면 고덕동에서 30분 이내로 환승 없이 강남권에 진입할 수 있다.

9호선 4단계 연장은 2012년 고덕강일지구 광역교통대책으로 처음 결정됐다. 고덕강일지구는 고덕·강일동 일대 공공택지와 도시개발지구에 1만1130가구 규모의 주택과 대규모 유통시설 등이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다. 2020년 조성이 완료된다. 9호선 4단계 연장은 2015년 국토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아 지난해부터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9호선 4단계 연장은 총 사업비 6546억원 가운데 정부가 2260억원을 보조하고 나머지는 서울시가 부담한다.

◆정부 “예타는 타사업과 연계 안돼”

문제는 9호선 4단계 연장구간이 상당 부분 서울~세종 고속도로 구간과 겹친다는 점이다.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경기 구리시 토평동에서 시작해 강동구, 경기 하남, 성남, 광주, 용인, 안성, 충남 천안을 거쳐 세종까지 131.6㎞를 연결한다. 일부 구간은 지난해 착공됐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개통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토평동에서 구리암사대교와 강동대교 사이 신설 대교를 지나 하남으로 내려오는 구간이 9호선 4단계 구간과 거의 일치한다.

이 때문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벌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지하철 승객을 서울~세종 고속도로 차량 이용자들로 상당 부분 뺏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강동구는 기재부, KDI와 협의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무산 시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비협조 의사를 밝혔다. 도로법상 고속도로 지정 및 고시는 국토부가 하지만 도로 건설을 위한 해당 지역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도로 점용 허가 등 행정 사항은 지방자치단체 권한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사업을 볼모로 삼은 지자체 이기주의”라며 “예비타당성 조사는 다른 사업과 연계할 수 없고 해당 사업 자체의 경제성에 대해서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9호선 4단계 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9호선 4단계 연장은 국토부에서 약속했던 사안”이라며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먼저 추진되면 9호선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지 무조건 고속도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 중에는 교통체증 등을 이유로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9호선 4단계 연장이 무산되고 고속도로만 추진되면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도원/박상용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