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정부의 세수 실적이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세는 지난 10월에 이미 정부의 올해 연간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부가세는 사업자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용역을 소비자가 사용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그만큼 내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업자가 급증해 소비가 줄어들고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부가세수가 급증세를 보이자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2월호’에 따르면 올 1~10월 정부 국세수입은 215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가세는 전년 대비 6조8000억원 늘어난 60조2000억원이 걷혔다. 정부가 8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설정한 올해 전체 목표치 59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11~12월 세수를 포함하면 올 전체 부가세수는 더 늘 전망이다.
[부가세 급증 '미스터리'] 소비침체라는데 부가가치세 7조 더 걷혀…수출 불황의 역설
부가세는 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의 두 가지 거래, 즉 수출입과 내수에 따라 세수가 결정된다. 기재부 국세청 등 세정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는 수출입과 내수 거래가 모두 부가세수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수출입 거래는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 부가세수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불황의 역설’이다. 세정당국 고위관계자는 “수출 감소가 부가세수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수입할 때 해당 수입품에 부가세를 납부하지만 반대로 수출할 때는 환급받는다. 수출물품엔 부가세 영(0)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수출이 감소할수록 기업들이 환급받는 부가세는 줄게 돼 결국 정부의 부가세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기업들이 수출과 관련해 환급받은 부가세는 2015년 35조3400억원으로 전년(41조6800억원)보다 6조3400억원 급감했다. 수출이 전년보다 8% 줄어든 결과였다. 수출은 올 들어서도 11월 말까지 전년보다 7% 감소했다. 수출 관련 부가세 환급액이 올해도 수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수 측면에선 정부가 작년 4분기부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같은 경기부양 조치를 잇따라 도입한 것이 올해 부가세수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매 분기 매출을 모아 다음달 25일까지 부가세를 신고하고 세금도 낸다. 작년 4분기에 대한 부가세는 올 1월에 납부됐다. 민간소비는 작년 4분기 3.3% 늘어난 데 이어 올 1분기 2.2%, 2분기 3.3%, 3분기 2.7% 증가했다. 이에 비례해 부가세수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이 지난해부터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 등 자진신고 세목에 대해 치밀한 사전안내를 시작한 것도 세수를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세정당국은 부가세수 대박이 올 연말을 거쳐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다. 올 4분기부터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된 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 심리가 급랭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1월 부가세수가 전년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4분기 부가세수를 알 수 없다”며 “내년 1월 부가세 신고를 받아봐야 구체적인 세수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