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한복 나들이에 빠진 젊은층, 이번엔 '젊은 국악'에 ♡
지루한 것으로 여겨지던 국악이 ‘신선하고 즐거운 것’으로 변신하고 있다. 국악 공연장에 사람들이 몰리며 매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한복을 입고 고궁을 활보하던 젊은이들은 국악을 배우기 위해 국악 아카데미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국악 공연장인 국립국악원은 최근 3년간 관객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립극장은 2012년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한 해 공연을 시즌권으로 엮음)’ 도입 이후 매진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판소리의 뮤지컬 버전인 창극의 매진 공연이 2012년 대비 2015년에는 5배가량 늘었다.

국악을 즐기는 연령대도 낮아졌다. 국립국악원의 주된 고정 관객층은 40대에서 60대인데, 지난해 3월 퓨전 국악 공연인 ‘금요 공감’이 문을 연 이후 공연 주요 관객층이 30대 이하로 낮아졌다.

국립극장에서도 관객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레퍼토리 시즌을 국내 최초로 들여와 관객에게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문화를 선택하는 40~60대보다 색다른 양식에 반응하는 30대 이하에서 먼저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국악 아카데미 ‘아리랑 스쿨’ 수강생 100여명 가운데 80% 이상이 20대 여성이다. 나머지 20%도 30대다. 2030세대가 새롭게 국악에 눈을 뜨면서 아리랑 스쿨은 지난해 4월 문을 연 지 1년 만에 강좌 수를 3개에서 30개로 늘렸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물놀이 외에 가야금, 해금, 봉산탈춤 등 다양한 클래스에 고루 사람이 몰린다.

국악은 고유 박자가 32박으로, 서양의 4분의 4박자 ‘온 템포’와 달리 32박 안에서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조였다 늘렸다 하는 음악적 융통성과 즉흥성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국악은 다른 장르와 잘 섞이고, 전통인 동시에 현대의 새 옷을 입기에 적합하다.

‘젊은 국악 뮤지션’의 등장도 국악 인기를 이끄는 요인이다. 2010년 이후 젊은 국악인들에 의해 시도되는 국악 실험은 ‘국악 3.0’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국악 주법 그대로 서양 음악을 연주하거나 단순히 이것과 저것을 물리적으로 섞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법과 창작으로 국악기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국악을 전공한 이들이 모였지만 소리는 록이나 헤비메탈이라든가(잠비나이) 피리, 가야금, 생황 등을 섞어 인디 록에 가까운 요즘 음악을 만드는 식이다.

윤중강 국악 평론가는 “젊은 음악 애호가들의 음악적 감성을 채워주면서 색다른 국악적 요소를 ‘플러스 알파’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한경 머니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