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오는 3월 출시될 예정인 중형 신차 SM6를 조립하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오는 3월 출시될 예정인 중형 신차 SM6를 조립하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한때 판매가 급감하면서 르노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설까지 나돌았던 르노삼성이 환골탈태(換骨奪胎)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생산성까지 끌어올린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작년 순이익 4000억원 넘어

"철수설까지 나돌았는데"…르노삼성, 사상 최대 이익 '화려한 부활'
르노삼성 관계자는 “2015년 결산이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고 순이익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도 2014년보다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은 2010년 내수 15만5696대, 수출 11만5783대 등 총 27만1479대로 연간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 당시 매출은 역대 최대였지만 영업이익 34억원, 순이익 36억원 등으로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이후 르노삼성은 판매량 감소와 인건비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판매는 2013년엔 13만대 수준으로 줄었고 2011년과 2012년엔 적자를 냈다. 더군다나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마저 경영난을 겪고 있어 르노삼성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4년부터 부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내수 8만17대, 수출 14만9065대로 총 22만9082대를 팔았다. 2011년 24만6959대 이후 4년 만에 20만대를 회복했다. 매출은 2010년과 비슷하지만 수익성에선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르노삼성의 역대 최대 이익은 2007년 영업이익 2166억원, 순이익 2067억원이었다.

생산성 향상으로 일감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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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변신의 원동력은 ‘생산성 향상’과 ‘신시장 개척’에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생산성 부문에선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사진)이 앞장섰다. 주력 세단 SM5·SM7의 부진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익이 계속 줄던 2011년 9월 구원투수로 투입된 프로보 사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12년 8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2011년 65%에 그쳤던 부품 국산화율을 2013년에는 7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프로보 사장은 전 직원에게 “생산성을 높여야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물량이 있어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르노 본사를 설득해 일본 닛산 공장에서 생산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생산물량을 2019년까지 연간 8만대 이상 안정적으로 받아냈다.

닛산 로그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344.2% 증가한 11만7560대를 수출, 당초 목표인 8만대를 3만7000여대 초과 달성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은 2012년 50대에서 2014년 말 56대, 올해 60대로 올라갔다. 르노그룹 전 세계 46개 공장 가운데 생산성은 2012년 26위였지만 올해 3위로 뛰어올랐다.

새로운 수요 창출 성공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소형 SUV QM3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르노삼성은 2013년 하반기 유럽에서 2만1000유로(약 2870만원)대에 팔리는 QM3(현지명 캡쳐)를 수입해 2200만~2500만원에 출시했다. QM3는 유럽에서 해당 차급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형 SUV 시장이 없었던 한국에서 성공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QM3는 깜찍한 디자인과 높은 연비로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2만4560대로 이 회사 전체 내수 판매량(8만17대)의 30.6%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은 오는 3월 내놓을 신차 SM6로 다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다. SM6는 중형 세단이다. 르노삼성은 그러나 SM6에 전자식 조향장치와 주차 조향보조 시스템 등 준대형차급 사양을 대폭 적용해 차별화를 시도한다.

회사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7월 자동차업계에서 처음으로 호봉제를 폐지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프로보 사장은 “노사 간의 상호 신뢰는 회사를 더 밝은 미래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