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도약을 위해 여러 기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중 매우 중요한 기둥 하나가 중국이고, 이외에도 주요 거점을 하나하나의 기둥으로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외에도 아세안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고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지역에서도 사업이 순조롭게 전개되고 있다”며 “작년에는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고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남미 국가도 잠재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300만원을 돌파하며 증시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서 회장은 “해외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미래 가치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 사업은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지속가능성을 갖춘 내실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서 회장은 오는 9월5일 회사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고(故) 서성환 창업회장의 일화 등을 담은 일대기와 사사(社史)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 "화장품 이어 메디컬 뷰티·이너 뷰티 새 성장동력 삼겠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데 아모레퍼시픽은 오히려 전성기를 연 것 같습니다.

“지난해 저출산, 고령화와 더불어 유가 급락, 세계 각국의 통화 전쟁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며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주 컸습니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전사적으로 ‘질(質)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수익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영역이 많습니다. 첫단추는 잘 끼웠지만 올해도 더 노력해야 합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회사 식구들에게 ‘글로벌 확산에 힘을 쏟자’ ‘디지털 IQ를 높이자’ ‘소매 역량을 강화하자’, 이 세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회와 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구 1000만명 이상 메가 시티가 1990년대 10개 남짓에서 지금은 30개까지 늘었고 이 중 절반이 아시아에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겐 무한한 성장의 기회가 될 겁니다. 반면 스마트폰 중심의 정보 혁명으로 소비자들이 갈수록 맞춤화·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면서 디지털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입니다.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동일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저의 최대 고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만지는 것도,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만지는 것도 스마트폰이에요.”

▷아모레퍼시픽의 최근 급성장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죠.

“오랜 연구개발(R&D)과 현지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네즈’는 이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상하이에 생산·물류·R&D 기능을 갖춘 ‘상하이 뷰티 캠퍼스’를 준공해 현지 소비자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를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로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를 중국과 아세안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확산시키고, 뒤를 이을 차세대 글로벌 브랜드를 발굴해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 갈 겁니다.”

▷일각에선 한류 열풍이 수그러들면 중국에서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우리가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한 지 22년이 됐는데, 한류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물론 한류가 중국 사업에서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소비자를 꼼꼼히 연구해 ‘재구매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고 매장 서비스 수준을 올려 소비자들이 또 방문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화권 이외 지역의 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습니까.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미주, 프랑스를 글로벌 사업의 3대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3대 스킨케어(기초화장품) 시장이자 글로벌 트렌드의 메카로 중요한 거점입니다. 작년 3월부터 ‘라네즈’가 미국의 대형 유통체인인 ‘타겟’에 입점해 매장 수가 810개를 넘어섰는데요. 큰 호응을 받으며 미주 시장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굿맨에는 고가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과 ‘설화수’가 성공적으로 입점해 명품 브랜드로 입지를 탄탄히 굳히고 있습니다. 프랑스 시장은 한국과 달리 향수의 비중이 30~50%를 차지할 정도로 높습니다. 회사의 중장기적인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향수 포트폴리오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2011년 ‘아닉구딸’을 인수해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거점을 두고 향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메디컬 뷰티’와 ‘이너 뷰티’ 등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소비자들은 건강 지향적으로 바뀝니다. 이런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다면 우리는 계속된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달 초 태평양제약이 에스트라로 사명을 바꾸고 메디컬 뷰티 전문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의약품 위주의 전통적인 제약 회사에서 벗어나 화장품과 의약품을 결합한 메디컬 뷰티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게 될 겁니다.

이너 뷰티 시장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도 이너 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작년 6월 중국에서 ‘라네즈’ 브랜드로 ‘콜라겐 드링크’를 출시했는데 월 판매량이 1만개를 웃돌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향후 ‘설화수’ 등의 브랜드로도 이너 뷰티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항노화 솔루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습니다. 향후 중장년층에 특화한 건강기능식품을 연구하는 등 다양한 뷰티푸드 개발에 힘쓸 계획입니다.”

▷저수익 부문을 구조조정하거나 중국 등에서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M&A)할 계획은 없습니까.

“화장품과 관련 없는 사업은 다 매각해 현재 남아 있는 사업은 모두 화장품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2013년 말 한독에 매각한) 태평양제약에서 판매하던 ‘케토톱’은 2001년 제가 직접 기획해 2004년 출시했기에 애정이 큰 사업이었지만 회사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 과감하게 매각했습니다. 더 이상 매각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중국에서 현지 기업을 M&A할 계획도 없습니다. 5대 브랜드를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30년 후 아모레퍼시픽이 창립 100주년을 맞을 즈음에는 어떤 회사가 돼 있을까요.

“옛말에 ‘욕심은 지나치면 위험하지만, 꿈은 아무리 지나쳐도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 있죠.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담은 글로벌 명품을 만들고, 아름다움의 기준을 창조하는 선도자로서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는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자는 것이 우리의 꿈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풀어가야 할 사안도 많아 늘 고민이 큽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난 7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업의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답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만과 과신에 빠지지 말고 겸손하게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