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와 마스타 등 국제 브랜드 신용카드를 국내에서 쓸 때 발생하는 이용수수료(결제액의 0.04%)를 내년부터는 카드 사용자가 부담하게 된다. 카드 사용액이 월 100만원일 경우 결제망 사용료 400원을 별도로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신 평균 1만원 선이던 연회비가 5000원 안팎으로 낮아진다.

비자·마스타카드 수수료, 쓴 만큼 낸다

○연 1250만원 이상쓰면 부담 증가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국제 브랜드 신용카드를 국내에서 쓸 때 발생하는 결제망 이용수수료 0.04%를 내년부터는 소비자가 내도록 변경한다. 지금은 국내 신용카드 회사들이 연회비 명목으로 걷어서 국제 카드사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국제 브랜드 카드는 비자 마스타 등의 브랜드가 찍힌 카드를 말한다. 이들 카드는 국내에서 사용할 때도 결제망 이용 대가로 결제액의 0.04%를 수수료로 낸다. 이 수수료는 카드 사용자로부터 연회비를 받는 카드 회사들이 물어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많이 쓸수록 수수료를 더 많이 내는 구조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다”고 설명했다. 부과되는 수수료는 매달 발송되는 카드대금 고지서에 결제액과 함께 표기될 예정이다.

이처럼 수수료 체계가 변경됨에 따라 정부는 비자 마스타 등이 기본 연회비(평균 5000원) 외에 결제망 사용 대가로 징수해 온 추가 연회비(평균 5000원)를 폐지할 방침이다. 수수료율 0.04%를 감안해 계산해 보면 연 사용액이 1250만원 이상인 사람은 연회비 감소액(5000원 선)보다 더 많은 망 이용 수수료가 나온다.

해외사용시 수수료 부담은 변화가 없다. 현행대로 카드사가 해외 결제액의 0.2%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1%의 추가 수수료를 낸다.

○국내 카드와 경쟁 본격화 전망

수수료 체계가 개편되는 이유는 국내 카드사가 불합리한 계약을 맺고 있는 탓에 카드 사용자에게 과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개선안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강화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내 사용자에게 망 이용 수수료를 추가 징수함에 따라 국제 브랜드 카드는 비씨 등 국내 카드보다 불리한 입장이 됐다. 둘 간의 본격적인 시장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 브랜드 카드사들이 마케팅비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원을 국내 카드사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관행도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3년 반 동안 국제 카드사에 지급된 로열티는 총 4944억원이다. 여기에는 해외 결제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국내외 사용분담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국내 결제로 인해 지급된 수수료가 7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