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의 연비는 하이브리드카(휘발유·전기 혼용차) 부럽지 않아요. 휘발유 1만원어치(4.9ℓ)를 넣으면 100㎞는 거뜬하게 달립니다. 수동이나 자동 변속기 할 것 없이 그만큼 달려요. 연간 세금은 6만원도 안 돼요.”

최근 안양에서 만난 ‘티코’ 동호회장(온라인 카페명 T-Stage) 김진호 씨(오른쪽 사진)의 말이다. 김씨는 5년 전 중고 티코(1995년식)를 구입해 타고 다닌다.

티코의 장점으로 높은 연료 효율과 저렴한 유지비를 꼽았다. 그는 “티코야말로 진짜 경차”라며 “요즘 나오는 경차는 가격도 비싸고 연비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ℓ당 20㎞ 거뜬”

김씨는 “티코는 연료통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4만원이면 충분하다”며 “정속으로 주행거리 500㎞도 거뜬히 탄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고도 기름이 남는다”고 연비 자랑을 늘어놨다.

그는 “최근 경차는 크기가 커지고 편의사양도 좋아졌지만 가격이 비싸 경차의 본질이 사라졌다”며 “풀옵션을 선택하면 차값이 1500만원은 족히 넘어 일반 대학생들이 한 대 장만하기가 버겁다”고 꼬집었다. 1990년대 무렵 티코는 가격이 싸 대학생들이 갖고 싶은 차로 가장 먼저 꼽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티코는 20년 전 처음 나왔을 때 가장 저렴한 등급(트림)은 가격이 320만원이었고 최고가는 470만원이었요. 지금 경차 값의 30%에 불과하죠. 그야말로 ‘진정한 경차’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5명이 타고 미시령 고개 넘어간다는 광고도 인상적이었죠.”

○아직 살아 있다…‘경차 1호’ 티코

티코는 1991년부터 대우자동차가 생산한 배기량 800㏄급 경차다. 당시 대우차는 일본의 대표적인 경차 ‘스즈키 알토’를 본따서 티코를 만들었다. 한국GM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인기를 끌던 1996년 한 해 동안 티코는 10만대 이상 팔렸다. 한국GM 관계자는 “1996년부터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영주차료 할인 등 경차 혜택이 주어졌고 1가구 2대 이상의 차량에 부과되던 중과세도 면제되면서 경차 붐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티코는 2001년 단종될 때까지 11년간 내수시장에서 67만여대가 판매됐다.

티코 동호회 T-Stage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등록된 티코 차량은 1000여대로 파악된다. 이중 각 지역에서 모여든 동호회원 수는 400여명. 전체 티코 운전자의 40%가량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카페를 통해 중고차도 거래하고 잔고장이 나면 차량 수리도 도와준다. 워낙 매물이 적어 중고차 매장에 가도 티코를 찾기 어렵다. 회원끼리 중고차 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올해 스무살 된 대학생부터 경로우대증이 나온 1947년생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중고로 티코를 사서 타고 다닌다. 자가 승용차를 갖고 있으면서 ‘세컨드카’로 티코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티즈와 부품 호환

김씨는 “티코 회원들의 차량 수명은 평균 15년 정도”라면서 “내가 타고 있는 차도 1995년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 전에 10년 된 중고 티코를 구매해 타고 다닌다. 주행거리 12만㎞인 중고차를 구매해서 그동안 14만㎞를 탔다. 김씨가 소유한 티코는 26만㎞를 달렸다.

“차체 및 엔진의 일부 부품은 마티즈와 호환이 가능해요. 마티즈가 살아 있는 한 향후 10년까지는 티코 운행이 가능할 겁니다. 구하기 힘든 부품은 동호인들끼리 교류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요.”

15년 넘은 티코의 외관이 깨끗한 비결을 묻자 “꼼꼼하게 관리하는 게 요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티코를 타는 회원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부심이 없으면 관리를 못한다. 차체에 먼지가 쌓이기가 무섭게 관리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관리가 잘된 1995년식 티코는 값도 제법 나간다. “중고차값 우습게 보지 마세요. 지금 티코 사려면 200만원 이상 줘야 합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