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 기업들이 지난 3분기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발표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전년도 실적이 나빴던 것에 대한 기저 효과 때문으로 내년은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기업들이 여전히 움츠려 있는 소비자들과 높은 원자재 가격 때문에 내년에 보다 험난한 길을 예상하고 있으며,이는 고용증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S&P500지수에 속한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60%가 넘는 기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이 가운데 5분의 4가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과 매출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S&P는 지수에 속한 전체 500개 기업의 마진율을 평균 8.94%로 예상하고 있다.이는 3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또 분기 매출은 평균 8% 늘어난 2조17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2년 만에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이 기록에는 ‘약점’이 있다.매출이 늘긴 했지만 기준이 되는 지난해 매출이 워낙 낮았던 덕분이기도 하다.S&P가 예상한 올 3분기 매출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3분기와 비교하면 1700억달러가 줄어든 것이다.

전기부품 유통업체인 에브넷은 지난달 2일로 끝난 분기에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의 2.5%에서 3.6%로 늘었다고 발표했다.이 회사의 로이 발레 CEO는 내년에도 이같은 성장세를 반복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발레 CEO는 “최근 1년간은 전년도 실적이 안좋아 수치가 좋게 나왔지만 내년엔 비교치로 좋은 실적을 내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일자리를 창출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이 2%로 전분기의 1.7%에 비해 다소 나아졌지만,9.6%(9월 기준)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게다가 3분기 성장률의 상당 부분(1.44%포인트)은 기업들의 재고 축적에 따른 것이지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수요 증가는 이전 분기에 비해 둔화됐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늘긴 했지만 속도가 떨어졌다.

S&P는 4분기 기업들의 순익은 3분기보다 줄어든 8.85%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특히 상당수 대기업들은 급등한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들을 끌기 위한 광고나 할인행사 등으로 인해 이미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3M의 경우 3분기 매출은 11% 올랐지만 영업이익률은 1년 전 23.9%에서 22.9%로 낮아졌다.광고와 판촉활동 비용이 30%나 늘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가 상승했다.

기업들은 2008년과 지난해 많은 직원들을 해고해 비용을 절감했다.덕분에 지난해 말부터 판매가 살아나자 고정 비용은 유지한 채 마진을 늘릴 수 있었다.그러나 일부 기업은 이미 비용 절감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이 경우 내년에 매출 성장세가 주춤해지면 이익도 올해만큼 빠르게 성장하기 어렵다.

미국 건설장비·기계업체인 잉거솔랜드의 마이클 라마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경제가 더블딥(반짝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지진 않겠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무기력한 상태에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이는 건설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이 회사가 만드는 공업용 에어컨등에 대한 수요도 크게 살아나지 못한다.이런 상황에서 제품생산에 들어가는 구리 납 아연 알루미늄 등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