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를 사야겠다. 지금 사도행전을 읽고 있다. '보통사람들'을 끝내야 한다. 그런 다음 로저의 전기(傳記),멸시받는 작가에 대해 써야 한다,로저는 10월에 시작하자.가능할까. 어떻게 될는지.어쨌든 나는 정신없이 일해야 한다. 곧 53,54,55세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1998년이 시작됐을 때 나는 이 해가 내 대통령 임기 가운데 가장 이상한 해가 되리라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1월21일 워싱턴포스트는 내가 모니카 르윈스키와 불륜을 저지른데다 그녀의 거짓 선서증언을 부추겼다는 혐의에 대해 케네스 스타가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

앞의 것은 '항해'와'등대로'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1935년 1월1일 일기,뒤의 것은 빌 클린턴 전(前) 미국 대통령이 폴라 존스 소송 및 르윈스키 사건으로 1년 내내 온갖 수모와 망신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던 1998년 당시를 회고한 글이다.

새해다. 누구나 울프처럼 계획하고 다짐한다. '이것만은 꼭 완수해야지.'할 수 있을까,잘될까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단단히 작정하고 결심한다. '올해엔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허튼 생각 말고 촌음을 아껴 목표를 달성해야지.나이가 몇인데.'

세상은 그러나 늘 묘한 것,98년 초 클린턴이 그랬듯 아무도 내일 일을 알지 못한다. 오래 꿈꿔온 일이 마침내 성사되고 뜻밖에 기쁜 소식이 전해지는 등 탄탄대로를 걸을 수도 있지만,거꾸로 다 됐던 일이 틀어지거나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로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모쪼록 승승장구해야겠지만 설사 힘든 상황이 닥쳐도 견디고 나면 분명 축복같은 보상이 있을 것이다.

클린턴은 생애 최악의 해를 보내면서 남에게 동정받고 싶으면 내게 동정으로 보답하지 않을 사람에게도 동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렇게 썼다. '사실 불평할 게 뭐가 있었겠는가. 힐러리는 웃음을 되찾았고,첼시는 스탠퍼드에서 잘 지내고,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고,또 봄이 다가오고 있는데.'

경인년,전설의 하얀 호랑이해가 밝았다. 과거는 히스토리요 미래는 미스테리요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이라고 하거니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쥐고 있는 건 시간과 행동이라고 말했다. 올 한 해 우리 모두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때를 놓치지 말고 실천함으로써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게 되기를 기원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