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출자전환 후 본격 추진 전망
피아트 등 인수 후보로 거론


법원이 17일 쌍용자동차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직권으로 강제 인가를 함에 따라 쌍용차의 미래는 인수.합병(M&A)의 성사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쌍용차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신차 개발 등을 위한 신규자금 조달이 절대 필요한 데 채권 금융기관들은 지금까지 회생계획안의 인가와 인수.합병의 성사를 자금 조달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만큼 제3자 매각을 통한 인수.합병이 쌍용차 정상화의 마지막 관문으로 남게 됐다.

◇ 회생을 위해 남은 절차는 =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쌍용차는 일단 채무재조정과 출자전환 작업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2년 이상 자본잠식이 계속되면 상장이 폐지되므로 이를 막으려면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1차 감자는 회생안 인가 뒤 11일 이내에 대주주는 5대1, 일반주주는 3대1의 비율로 이뤄진다.

1차 감자가 끝나면 곧바로 채권자들의 일부 채권을 최대 47% 출자전환해야 한다.

또 인가 뒤 26일 내에 3대1의 비율로 2차 감자가 진행되며, 이때야 비로소 쌍용차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탈피, 정상적 경영활동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감자와 출자전환이 끝나면 쌍용차는 내년 중순께부터 본격적인 인수.합병 추진에 나설 전망이다.

가장 먼저 법원과의 협의 하에 매각주간사를 선정해 공고한 뒤 실무를 진행할 입찰사무국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쌍용차가 인수.합병을 완료할 때까지는 대략 30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인수.합병 추진과 동시에 쌍용차는 자체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단에 C200 등 신차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 문제를 협의하는 한편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이미 부평공장의 부품센터와 포승공단 1차 부지의 매각을 완료, 475억원의 현금을 손에 넣었고, 포승공단과 충북 영동 출고사무소는 매각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다.

두 가지 자산 매각이 끝나면 7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 인수.합병 가능한가 = 쌍용차가 생존을 위해 지금까지 법원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여왔다면 이제부터는 시장과 소비자를 상대로 생존 게임을 벌여야 한다.

쌍용차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쌍용차가 제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관건이다.

그러고 나서는 매각을 본격화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최근 "제3자 매각을 위해 해외의 몇몇 선진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며 "접촉 대상은 현재 아시아 진출이 비교적 느리고 쌍용차와 생산 라인업이 상충되지 않아 플랫폼 공유, 소형차 개발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전략적 투자자"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탈리아의 피아트를 유력한 인수대상 업체 중의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피아트의 경우 한때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경.소형차에 강점을 가진 것을 바탕으로 지난 6월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더욱이 피아트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데 중국업체들보다 기술력에서 앞서고 상하이차와의 파트너 관계를 가졌던 쌍용차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

쌍용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중대형차에 강점을 보유해 피아트와 라인업이 상충되지 않는 점도 피아트엔 쌍용차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쌍용차의 매각대금은 3천∼4천억원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나 중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하지만 공개 입찰 전까지 인수.합병 작업은 물밑에서만 은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조조정전문 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는 이미 쌍용차 인수 의향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경쟁업체들이 연간 5~6개 이상의 신모델을 출시하는 상황에서 쌍용차가 C200 하나로 버텨낼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투자자가 만족할 수 있는 인수 조건을 내걸 수 있는지가 향후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