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전자大國 일본,삼성전자에 무릎 꿇다
'4조2300억원(3260억엔) 대 1519억엔.'

일본이 삼성전자 쇼크에 빠졌다.

지난 3분기(7~9월)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 9개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총합이 삼성전자 한 회사가 올린 이익의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력 언론들은 앞다퉈 이런 상황을 보도하며 삼성전자의 경쟁력 분석에 나섰다.

대표적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일본 전자업체의 실적이 좋아지긴 했지만 9개 전자기업의 이익을 합쳐도 사업영역이 비슷한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이 눈에 띈다"며 "이는 기술력이 아닌 경영 능력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 사례로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와 LCD 등 부품사업을 들었다.

아사히신문도 주요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서 패배 원인을 찾았다.

소니의 오네다 노부유키 부사장은 "삼성전자에 진 근본적인 이유는 상품력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패배를 인정했고 오쓰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남으로써 성장력도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닛케이산교(일경산업)신문은 LED TV 사례로 격차를 설명했다.

이 신문은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려 "LED TV는 소니가 최초로 개발했지만 히트상품으로 만들지 못한 반면 삼성전자는 얇으면서 멋있고 적당한 가격까지 갖춘 LED TV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때 TV 왕국을 이뤘던 소니에 대해서는 "폭발적인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라고 평가했다.

닛케이신문은 삼성전자의 경쟁력 우위 요인으로 △불황 때 과감히 투자에 나선 것 △오너의 리더십 △글로벌 경영에 대한 열정을 꼽았다.

이 세 가지는 다시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이건희.

이건희 회장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소유 경영 체제가 아니고서는 불황 때 투자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고 글로벌 경영이라는 화두를 끝까지 밀어붙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기업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소유 경영 체제든 전문경영인 체제든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으며 성공 여부는 얼마만큼 장점을 잘 살리고 단점을 죽이느냐에 달려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우리나라의 소유 경영 체제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삼성자동차 한보철강 사례와 같은 무모한 투자,각종 비자금과 정경유착 등은 오너 경영의 대표적 폐해로 지적받았고 미국식 전문경영인 체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문경영인 체제는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 대한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에 노출돼 있다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승리는 사실상 한국식 소유 경영의 승리다.

외환위기 이후 소유 경영 체제의 단점을 최대한 줄이고 장점을 부각시킨 결과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어떻게 이만큼이나 강해졌는지를 살펴보고 한국식 소유 경영 체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자.

김용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