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용준
    김용준 비즈니스취재편집부
  • 구독
  • [데스크 칼럼] K컬처의 벨 에포크는 언제까지

    2020년 봄. 주식시장은 코로나19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시세판을 들여다보다 키다리스튜디오란 종목을 발견했다. ‘이 이상한 이름의 회사는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알아보니 웹툰 업체였다. 중년층은 만화방에서 만화를 봤지만 젊은이들은 돈을 내고 웹툰을 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신기했다. 그 신기함을 담아 기사를 썼다. 당시 키다리스튜디오 주가는 5000~6000원 정도였다. 이후 주가는 세 배가량 올랐다.지금은 코로나19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훗날 코로나19의 한가운데 있던 시절의 한 단면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프랑스의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처럼. 수백조원의 산업이 된 문화이 시기 K컬처는 꽃을 피웠다.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만화(manhwa)’가 새로운 단어로 정식으로 등록됐다. 무한한 상상에 기반한 한국 웹툰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결과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도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드라마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유일하게 모든 국가 차트 1위를 점령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제이콘텐트리 에이스토리 등 드라마 제작 업체들은 세계적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됐다. 이 회사들의 주가도 코로나19 시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영화에서는 봉준호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석권하며 국민에게 전율을 선사했다.K팝은 그 선두에 있다. BTS(방탄소년단) 열풍을 배경으로 하이브는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으로 증

    2022.03.16 17:32
  • [데스크 칼럼] 물적분할과 자본시장의 숙제

    불과 20년 전 일이다. ‘TV 하면 소니’라고 하던 시절. 차도 마찬가지였다. 돈만 더 있으면 외제차를 사지, 현대차는 할 수 없이 산다고들 했다. 제약업체들은 미국·유럽 대형 제약사의 신약을 복제하는 데 열을 올렸다. 한국 영화와 음악은 세계시장에서 말 그대로 제3세계의 낯선 장르 정도로 취급받았다. 나라에는 돈도 없었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을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아 치울 수밖에 없었다.이때로 돌아가서 지금 상황을 보면 매우 비현실적이다. 소니의 왕좌는 삼성전자가 차지한 지 오래다. 외제차 타다가 현대차로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한국의 음악과 영화, 드라마는 글로벌 시장의 중심축이 됐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되자마자 각국 넷플릭스 순위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웹툰의 세계적 확산은 만화란 단어를 옥스퍼드 사전에 등록되게 했다. 제약사 가운데서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조짐이다. 자금원천 은행서 자본시장으로이런 비현실적 사건들의 경로를 역추적하다 보면 돈과 마주하게 된다. 원조와 차관 이후엔 은행이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일화 한 가지. 박정희 대통령은 어느 날 정주영 회장에게 조선업을 해보라고 권했다. 정 회장은 주저하지 않고 알겠다고 했다. 청와대 참모가 나중에 “뭘 알고 대답한 거냐”고 묻자 정 회장은 그냥 “할 수 있다”고만 답했다. 정 회장은 해외에서 차관을 들여왔다. 그다음은 은행 차례였다. 청와대는 현대에 돈을 대주라고 은행에 지시했다. 세계를 제패한 조선업의 시작이었다. 다른 대기업의 성장도 마찬가지 경로를 따랐다. 은행은 산업화 과정에서 젖줄 역할을 했다.은행

    2022.02.02 17:30
  • [데스크 칼럼] 당신 조직의 약한 고리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다. 축구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발롱도르를 일곱 번이나 받았다. 역대 최다 수상자다.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하기 전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서 정규리그인 라리가 10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회 등 35번이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28년을 뛰며 우승한 것은 고작 한 차례. 올해 코파아메리카 대회에서였다. 메시는 세계 최고인데, 메시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는 왜 세계를 제패하지 못했는가는 경영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다. 마스크와 요소수의 공통점이 의문을 푸는 힌트를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주고 있다. 그는 축구를 ‘약한 고리 스포츠’라고 했다. 메시가 아무리 골을 잘 넣어도 11명 가운데 골키퍼나 수비수 한 명이 약하면 이길 수 없는 스포츠란 얘기다. 농구는 다르다고 했다. 마이클 조던이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스타플레이어 한 명이 팀의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글래드웰은 스포츠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경제와 사회에서도 약한 고리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미국 뉴욕에서 코로나19 초기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사망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자 인근 섬 하나를 매장장으로 사용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약한 고리 때문이었다. 수조원을 들여 개발한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 강한 고리를 형성하는 요소가 없어 사망자가 쏟아진 게 아니다. 평상시 사소해 보였던 마스크, 허름한 건물만 있으면 되는 병상, 의사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간호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약한 고리라고 불렀다.한국에서 코로나19 사망

    2021.12.19 17:31
  • [데스크 칼럼] 네거티브 게임과 차악의 선택

    1987년 대통령선거. 당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내건 슬로건은 ‘보통사람의 시대’였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특권층이 부당하게 부를 축적하는 일을 막겠다는 정책적 지향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 정치사에 가장 훌륭한 슬로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의 ‘주택 200만 호 건설’ 공약은 수도권 신도시의 시작이었다.그 이후에는 2012년 민주당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가 내건 ‘저녁이 있는 삶’ 정도가 손에 꼽히는 슬로건이다. 장시간 노동의 시대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책적 함의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대통령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후보가 모두 결정됐다. 오래전 선거를 떠올린 이유는 뭔가 답답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기간 내내 대장동과 고발 사주, 가족관계에 대한 폭로를 보고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그 원인일 것이다. 시대의 과제를 논하는 장한국은 미국을 제외한 어떤 선진국도 채택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그래도 장점은 있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게임인 만큼 당선을 위해 온갖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선거 때 쏟아낸다. 포퓰리즘 논란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때때로 미래를 논하고, 대책을 찾는 장이 되기도 했다.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 의미있는 사회적 메시지가 등장하고, 한국 사회는 그것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이는 정책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 균형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과밀화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책이었다. 큰 논란에도 세종시는 제2의 수도로 자리잡고 있다. 2007년 이명박 후보는 ‘7·4·7’을 공

    2021.11.07 17:12
  • [데스크 칼럼] 카카오 욕망의 함정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를 만났다. 당시 뜨거웠던 주식 카카오에 대해 물었다. 그는 좋다고 했다. “카카오의 리스크는 국유화밖에 없다”고도 했다. 전쟁이 발생해 정부가 직접 통제하지 않는 한 리스크가 없다는 얘기였다. 이후 카카오 주가는 급등했다.1년 후 카카오는 국유화가 아닌 다른 위기에 처했다. 이 과정에는 평판, 욕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일상, 공정성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다만 이 글은 플랫폼 규제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카카오 혁신의 힘카카오와 혁신이라는 단어는 어울린다. 카카오택시는 비오는 날 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물벼락을 맞는 번거로움을 없애줬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이 편리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줬다. 수조원대 비즈니스로 성장한 선물하기는 마음을 전달하는 새로운 수단이 됐다.혁신이 가능했던 것은 질문이 달랐기 때문이다. 주식은 3일 결제라고 한다. 주식을 팔면 당일 포함 사흘이 지나야 돈을 찾을 수 있다. 카카오 직원들은 “왜 당일 결제는 불가능하지”라고 질문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왜 많은 서류가 필요할까. 온라인으로 간단히 하면 될 것을”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한다.그렇게 시작된 혁신은 카카오를 권력으로 만들었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권력은 조직의 뇌를 바꿔놓았다. 카카오란 이름을 붙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많은 회사를 인수해 카카오를 붙였다. 권력은 돈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카카오 내부에서 먼저 상장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혁신이 권

    2021.09.15 17:13
  • [데스크 칼럼] BTS 단상, 콘텐츠 산업의 파워

    1980년대 중·고등학생들은 팝송을 많이 들었다. 가요보다 팝송의 수준이 높다고들 했다. 매주 나오는 빌보드 차트를 달달 외우며 으쓱거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뮤직비디오를 볼 방법이 없던 시절 미군 채널 AFKN은 영상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줬다. 마이클 잭슨, 프린스, 마돈나의 시대였다.그로부터 30년 가까이 흐른 2012년 어느 주말. 한가하게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 채널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르고 있는 외국인이 나왔다. 장소는 프랑스 파리. 문화적 자부심이 엄청난 프랑스 젊은이들이 아시아 조그만 나라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다니. 강남스타일이 그해 세계적 히트곡이었을지라도 1980년대 팝송에 빠졌던 세대에는 충격이었다. ABBA와 스웨덴 경제또 10년이 흘렀다. 사건은 더 커졌다. BTS(방탄소년단)는 세계 음악시장을 정복했다. 9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 자신의 곡(Permission to Dance)이 또 다른 곡(Butter)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하는 이변도 일으켰다. 그룹으로는 비틀스와 보이즈투맨 정도가 해냈던 일이다.BTS의 활약은 1970년대 스웨덴을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 후반 스웨덴 수출 품목 1위는 볼보자동차였고, 2위는 아바(ABBA)의 음반이었다. 전 세계에 3억7000만 장의 음반을 판매한 ABBA는 볼보와 함께 스웨덴의 상징이 됐다.하지만 1970년대 스웨덴과 2020년대 한국은 다르다. 스웨덴 콘텐츠산업은 음악에 집중돼 있었다. 한국이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는 다양하다. BTS가 이끄는 K팝,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뿐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가 전 세계 순위 상위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게임, 웹툰, 웹소설도 글로벌 시장이 주 무대가 된 지 오래다.한국 콘텐츠산업의 성장

    2021.08.01 17:26
  • [데스크 칼럼] 어덜트 슈퍼비전의 시대

    “어덜트 슈퍼비전(adult supervision)의 시대는 끝났다.”2017년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물러나자 미국 언론들은 이런 해석을 내놨다. 슈밋은 2001년 구글에 합류했다. 1990년대 말 구글은 초라했다. 창업자들이 100만달러에 회사를 팔려고 했을 정도다. 투자자들은 돈을 대고, 회사를 키워보라고 창업자들을 독려했다. 회사는 성장하기 시작했다. 어른스런 관리자하지만 투자자들에겐 숙제가 있었다. 젊은 창업자들의 과도한 패기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지 않게 막는 것. 그들은 경험 많은 슈밋을 구글 최고경영자(CEO)로 추천했다. 슈밋은 이후 어른스러운 관리자이자 코치이자 시스템설계자, 즉 어덜트 슈퍼바이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를 독려하고 제어하며 구글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에릭 슈밋만이 아니다. 미국 재무장관 후보자로 거론됐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대표적 케이스다. 2008년 구글을 떠나 아이디어 넘치는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오늘의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고인이 됐지만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로 불렸던 빌 캠벨 역시 어덜트 슈퍼비전의 상징이었다.유니콘 기업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어른스러운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사업에만 몰두한다.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위기관리는 무엇인지 등에는 관심이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쿠팡은 쿠팡맨들과의 갈등을 시작으로 협력사와의 관계, 상장 과정에서의 잡음 그리고 최근 화재까지 수많은 일을

    2021.06.20 16:55
  • [데스크 칼럼] 이건희 미술관은 어떨까

    마네 모네 드가 피사로 르누아르 시슬레 세잔. 중학교 때였던가. 그 이름을 무조건 외웠다. 인상파 화가. 모자라는 미술 실기 실력을 암기로 극복하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기억의 마술은 지금도 그 이름을 입에서 맴돌게 한다. 의문도 있었다. ‘인상파 화가가 이 사람들밖에 없었나?’의문은 수십 년 뒤에 풀렸다. 7명의 작품은 귀스타브 카유보트라는 화가이자 수집가의 컬렉션이었다. 카유보트는 유명하지 않았던 시절 이들의 작품을 싸게 사들였다. 죽기 전 작품을 정부에 기증하고, 국립미술관에 전시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당시 인상파는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 프랑스 내에서 몇 년간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1897년 마침내 전시가 성사됐다. 관객이 몰려들었다. 논쟁과 관심은 이들을 인상파의 대표적 화가로 만들었다. 카유보트 사건얼마 전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이 2만30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이건희 컬렉션’이라고 불리는 리스트를 보며 ‘카유보트 사건’이 떠올랐다. 이미 유명해진 예술가들의 작품이지만 ‘이건희 컬렉션’이란 이름이 붙으면 뭔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위대한 예술품을 직접 대면하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현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정작 스탕달은 한 번도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스탕달 신드롬을 느낄 정도의 수준은 되지 않으나 이건희 컬렉션을 국내에서 직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들뜨는 미술 애호가도 상당수일 것이다.이건희 컬렉션을 어디에 전시할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물론 정부의 구상처럼 다양한 미술관에 분산 전시하는

    2021.05.09 18:22
  • [데스크 칼럼] 사모펀드 사태와 신뢰산업의 위기

    1970년대 중반 골드만삭스는 ‘백만장자의 보이스카우트’로 불렸다. 언제나 고객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의미였다. 당시 미국에 적대적 인수합병(M&A) 열풍이 몰아쳤다. 금융회사들은 돈 되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M&A 대상 회사를 물색하고, 공격하는 것을 도와줬다.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적대적 인수를 돕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수당하는 회사도 고객이며, 고객을 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적대적 인수의 대상이 된 기업들이 골드만삭스를 찾기 시작했다. 방어자문을 하면서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닦았다. 이 스토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뢰’다.물론 오래전 얘기다. 골드만삭스도 변했다. 하지만 금융산업에 대한 ‘업의 본질’을 말할 때마다 이 얘기를 떠올린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도 생전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산업”이라고 했다. 신뢰에서 사기로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등 수십조원에 이르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처리가 마무리되고 있다. 펀드를 운용한 운용사,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은행, 펀드에 들어 있는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사(은행) 등에 책임을 묻는 절차다. 이런 책임과 별도로 사모펀드 산업은 신뢰 상실이라는 치명적 타격을 받았다. 당분간 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타격이 전방위적이고 상호적이다.사기 주범인 운용사는 모든 주체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우선 판매사와의 신뢰가 무너졌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가도 증권사와 은행은 과거처럼 팔 수 없다. 펀드 운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을 판매사들은 깨달았다. 수탁사와의 신뢰도 깨졌다. 사모펀드 수탁 업무를

    2021.03.28 17:03
  • [데스크 칼럼] 주식시장의 시간 여행자들

    또 칼럼을 써야 하는 날이다. 항상 궁금하다. 왜 칼럼 순서는 이렇게 빨리 돌아올까. 게으름 탓이다. “생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니 쓸 게 없는 것”이란 지적에 동의한다.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이란 표현은 누가 만들었는지 참 적절하다. 이런 표현을 착 달라붙는 ‘스틱(stick) 메시지’라고 하던가. 오랜 시간을 살아남아 지금도 쓰이는 비결이다.몇 년 전 칼럼 쓰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칼럼 쓰는 날을 미리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1주일 전에 아는 것보다 하루 전에 아는 것이 낫다는 얕은 발상이었다. 고통의 시간을 줄여보자는 뭐 그런 생각.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그림산만하게 시작한 김에 조금 더 가보자. 시간에 대한 얘기다. 시간 하면 생각나는 그림 한 점이 있다. 프랑스 로코코 시대 화가 프라고나르가 그린 ‘빗장’. 남자가 한 팔로 여자를 껴안고, 다른 손으로는 빗장을 잠그는 순간을 그렸다. 오른쪽 하단에만 그려져 있다. 그림 절반에 가까운 왼쪽은 빨간 장막으로 덮어버렸다. 그 밑에는 침대, 베개만 있다. 물론 메타포다. 그 배치와 굴곡을 통해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는 빗장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림이 갖고 있는 침묵의 힘을 보여준다.” 2차원 평면에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을 동시에 담았다는 것에 대한 찬사였던 것 같다.시간은 미술에서 항상 중요한 주제였다. 모나리자는 왜 위대한 그림일까. 곧 사라질 모나리자의 미소, 마른강 위에 조그맣게 그려진 다리에는 시간과 인생, 허무에 대한 천재의 고찰이 담겨 있다는 평론가 다니엘 아라스의 해석은 설득력 있다.

    2021.02.03 17:28
  • [데스크 칼럼] 주가 3000 가냐고 묻는다면

    지난 3월 코로나 공포가 온 사회로 퍼졌다. 불안에 떨었다. 중첩된 불안이었다. 생명과 안전이 첫 번째였다. 가게 문을 닫게 된 사람들은 생업에 위협을 느꼈다. 직장인들은 일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웠다. 투자자들은 공포스런 주가 급락을 경험했다. 기업들도 그랬다. 세계적인 마이너스 성장 앞에 대책이 있을 리 만무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제3자는 불안요소 한 가지를 더 떠올렸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이겨낸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 등 장수들이 전장에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불안과 공포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난 곳은 주식시장이다. 코스피지수 3000. 몇 달 전만 해도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왠지 사기꾼 같았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요즘 자연스럽게 주가 3000을 부르고 있다. 준비된 한국의 기업들어떻게 상황이 급변했을까. 방역을 잘해서? 초기 방역이 긍정적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일부분일 뿐이다. 외국인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도 설명이 충분하지는 않다. 그들은 돈 냄새를 맡는 데 세계 최고다. 먹을 것이 없는 곳에 돈을 베팅할 리 없다.시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렴풋한 답이 보인다. 한 투자자는 이런 말을 했다.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좋은 기업을 찾고, 그 주인이 되는 게 가장 확실한 투자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과정에서 한국은 이 말에 가장 잘 들어맞는 시장 중 하나였다.우선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네이버 현대차 삼성SDI 카카오 LG생활건강 등이다. 오래된 회사는 있지만 오래된 산업은 없다.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인터넷 등 앞당겨진 미래의 주력이 될 영역에 포진해

    2020.12.16 17:48
  • [김용준의 데스크 칼럼] 생각중독자 이건희의 유산

    2009년 삼성을 취재할 때다. 영상 하나를 보게 됐다. 한 사람이 억센 경상도 억양으로 담뱃재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연설을 하고 있었다. 때론 침착하게, 때론 격분해 몇 시간째 말을 이어갔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알려진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영상이었다.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1993년은 이마트 1호점이 문을 연 해다. 그해 그는 “복합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렇게 됐다. 또 전기차, 수소차 얘기를 하면서 “인류에 해를 끼쳤다”고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비난했다. 바위에서 폼만 잡고 있는 수사자, 사냥하고 새끼를 키우는 암사자를 비교하며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5세 이상 여성 중 대졸자 비중이 10% 수준일 때였다. 고독이 이건희에게 준 선물이런 말도 했다. “최근 몇 년 새 마쓰시타 고노스케 같은 일본의 최고경영자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언처럼 적중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그를 ‘선지자’로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던 듯하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을까. 그의 삶과 발언을 되짚어보면 어렴풋하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고독이 준 선물, 생각’이었다.그는 젖을 떼자마자 할머니에게 보내졌다. 어릴 적 할머니를 어머니로 알았다. 초등학교 때는 일본으로 가 몇 년을 지냈다.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일본으로 갔다. 대학원은 미국에서 다녔다. 젊은 날을 유랑객처럼 보냈다. 이 시절에 대해 그는 “태어나면서 떨어져 사는 게 버릇이 돼 내성적 성격을 갖게 됐다. 친구도 없고 하니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생각을 해도 아주 깊이 하게 됐다”고 했다.

    2020.10.28 17:53
  • 전략가 이건희, 그의 전략적 직관에 대하여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이미 이뤄졌고, 이뤄질 예정이다. 오래전 삼성을 출입하면서 이건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전략가 이건희였다. 제3세계의 이름 없는 기업을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전략가 이건희의 가장 큰 무기는 전략적 직관과 생각의 힘이었다. 고독이 그에게 준 선물이었다.오래전 쓴 책에 기초해 내용을 몇가지로 정리해봤다.  1.전략적 직관#1 1974년 삼성전자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회장 이병철의 셋째 아들 이건희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자”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었다.  삼성전자가 생긴 지 5년밖에 안된 해였다. TV도 일본에서 부품을 사다 조립해 팔 때 였다. 반도체가 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병철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건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회사가 안하면 개인 돈으로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건희가 사재로 인수해 시작한 삼성의 반도체사업은 삼성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2 1987년 세계반도체 업계는 고민에 부딪쳤다. 반도체 설계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두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쟁점은 데이터가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하나는 파고 들어가는 트렌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얇은 층을 여러겹 쌓는 스택방식이다. 방식을 잘못 선택하면 생산성이 떨어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갈림길에서 삼성전자는 스택방식을 택했다. 이건희는 “쌓는 것이 파고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는 단순한 논리로 밀어붙였다. 얼마 후 스택방

    2020.10.25 16:32
  • [데스크 칼럼] 3월과 8월의 방역전선

    지난봄 우리는 겸손했다. 두렵고 공포스러웠지만 차분하고 이타적이었다. 그 무기로 처음 만나는 바이러스와 싸웠다. 봄의 입구에서 마주친 코로나19라는 낯선 바이러스의 실체를 알기 위해 찬찬히 들여다보려고 애썼다. 자연 속에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를 불러낸 것이 인간의 탐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도 했다. 공장이 멈춘 후 깨끗해진 하늘을 보며 자연의 소중함도 생각했다.코로나19를 확산시킨 사이비 종교집단에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곧 그들에게도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도 우리의 일부이며 방역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겸손, 이타성, 용기콜센터와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을 때는 코로나19의 피해를 사회적 약자가 더 크게 받는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클럽에서 코로나19가 퍼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리가 이러면 안 된다”는 자성의 분위기가 있었다.많은 의료인은 대구로 향했다. 기업들은 연수원을 치료시설로 내놓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정은경 본부장과 질병관리본부의 헌신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함께 움직였다. 방역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회를 포착한 사람도 많았다. 주가가 폭락하자 과거에서 배운 투자자들은 용기 있게 주식시장으로 뛰어들었다. ‘동학개미’라고 불렸다. 그들이 나라를 구하겠다고 뛰어든 건 아니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버팀목이 됐다. 그 용기의 대가는 수익률이었다. 지난봄의 겸손과 용기, 절제의 대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좋은 경제 성적표로 돌아왔다.그러나 8월은 달랐다. 겸손이 사라졌다. 코로나19를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다. 각종 소모임과 대규모

    2020.08.30 18:15
  • [데스크 칼럼] 사모펀드는 어떻게 돌연변이가 됐나

    오래전 어느 날 유인원들이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어느 개체에서인가 둔부 비대증이라는 변이가 일어났다. 엉덩이 근육으로 유인원은 두 발로 설 수 있게 됐다. 이후 손을 쓰고, 뇌는 커졌다. 우리들의 조상이 됐다. 자연에 적응하며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의 지배자가 됐다. 돌연변이는 진화의 필수적 재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유익한 변이는 드물다.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변이는 도태된다. 사고로 다친 새의 날개는 유전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자본시장 돌아가는 것을 보며 문득 진화론을 떠올렸다. 진화의 두 가지 조건은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다.공모펀드는 도태되는 중우선 공모펀드의 침체. 자연선택에 가까워 보이는 현상이다. 자본시장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펀드매니저들에게 근본적 변신을 강요하는 두 가지 흐름이 한 지점에서 만난 듯하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매니저뿐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는 변화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공모펀드는 대체로 적응에 실패하고 있다. 생존의 조건인 ‘수익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그럴 거면 왜 수수료 내고 돈을 맡기냐”며 등을 돌리고 있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펀드매니저들은 100년간 쓰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리서치 인력의 지원을 받아 기업을 탐방하고, 오래된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해 투자한다는 얘기다. 적응을 멈춘 대가는 도태다. 공모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연일 터지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은 돌연변이를 연상케 한다. 금융산업에서 돌연변이는 규제로 인해 발생할 가

    2020.07.05 18:07
  • [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감염병에 대처하는 단 하나의 전략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한 말이다. 반혁명 분자로 구분된 2000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발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보며 왜 이 문장을 떠올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무감각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듯하다. 물론 공포스러운 우한 폐렴 스토리의 결말은 그런 비극이 되지 않을 것이고,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가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요즘 가장 듣기 불편한 질문이 하나 있다. “우한 폐렴 사태가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물론 궁금할 수 있다. 감염병 관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지금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말할 때가 아니다. 국가의 위기 상황을 정치에 연결시키는 순간 기본 전략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많은 표를 위해 적은 표를 희생시킬 가능성도 발생한다. 무책임한 주장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도 이런 면에서 정치적이다.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와 정부의 전략은 딱 한 가지여야 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 이 국가의 기본 책무를 소홀히 한 정부가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를 목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이런 면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문제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중국 후베이성을 2주 안에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기 직전만 해도 여론은 명확하게 갈려 있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은 50만 건을 넘

    2020.02.02 17:45
  • [CES 2020] '로레알 혁신'이 보여준 세 가지 메시지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시장 인근 벨네시안타워. 글로벌 뷰티그룹 로레알은 이 건물 34층 209호에 공간을 마련했다. 넓지 않은 공간에는 로레알이 보유한 화려한 브랜드의 제품은 없었다. 대신 네모난 통 몇 개와 화장품 재료, 스마트폰이 전부였다. ‘로레알답지 않은 전시’란 생각이 들었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CES 2020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라고 했다.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사업의 경계가 붕괴되고, 전통 제조업이 스스로 업의 본질을 바꿔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작지만 메시지가 많은 전시’라고 평가했다.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를 한 대도 전시하지 않고, 소니가 전기차를 내놓은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었다.로레알은 이 제품에 페르소(사진)란 이름을 붙였다. ‘개인이 직접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기’란 의미를 담았다. 아침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열어 얼굴을 스캔하면 끝난다.AI가 피부상태, 대기질, 공해, 트렌드 등을 분석해 최적화된 스킨로션을 제조해준다. 하루치 분량을 캡슐 형태로 포장까지 해준다. 같은 방식으로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도 제조할 수 있다.글로벌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이용덕 전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전시장을 돌아본 뒤 이렇게 말했다. “전통 화장품기업이 서비스업으로 건너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업(業)을 넘나드는 이런 시도는 이번 전시회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이기도 하다.”‘페르소’가 성공하면 화장품 콘셉트를 정하고 원료를 사서 만든 뒤 이를 매장에서 판매하

    2020.01.08 17:43
  • 유통산업 전성기 주역들의 퇴장이 남긴 메시지

    이동호 현대백화점 부회장, 이원준 롯데쇼핑 부회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올 연말 무대에서 내려온 유통업계 거물들입니다. 10년 가까운 시간 한국 유통산업을 이끌어온 이들의 퇴장 소식을 듣고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가 궁금해졌습니다. 프로필을 뒤적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의 삶 자체가 메시지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평생을 한 직장에서세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이원준 부회장과 이동호 부회장은 1956년생, 이갑수 사장은 1957년생. 전쟁 직후였습니다. 모두 지방 출신이란 것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충북 청원(이원준), 전남 나주(이동호), 경남 울산(이갑수)이 그들의 고향입니다. 그 시절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보낸 유년기는 간단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1960년대 초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00달러였습니다. 생존이 시대정신이었던 때 그들은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려운 시절은 아마도 그들에게 잡초 같은 생존의 힘을 선물로 줬을 것입니다.힘든 환경에도 그들은 꿈을 꿨던 것 같습니다. 모두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이갑수 사장은 서울(경희대)로 왔습니다. 이원준 부회장은 청주대, 이동호 부회장은 조선대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30% 안팎이었던 때였습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대학을 가고, 서울로 올라가 다른 삶을 살아보자’ 정도의 꿈은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더 큰 꿈을 꿨는지도 모르겠지만.그들은 각각 현대 롯데 신세계에 입사했습니다. 취업해 한 직장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끝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습니다. 평생

    2019.12.29 18:14
  • 삼성, 사내벤처 C랩 4곳 창업 지원

    삼성전자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통해 선발된 4개 우수 과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한다고 1일 발표했다.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2년 12월 시작했다. 2015년 8월 분사(스핀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4년간 C랩을 통해 40개의 스타트업 창업과 200여 명의 신규 고용 창출을 이끌어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이번에 분사된 4개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곳이다. AI 기반 조명 장치를 개발한 기업 루플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 행동을 파악하는 ‘AI 라이팅’ 시제품을 선보였다. 사람을 이해하는 빛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생체리듬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툰스케어는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만화를 쉽게 창작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놨다. 트리니들은 증강현실(AR)을 활용해 1인 방송에서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으로 방송 진행자와 시청자가 소통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조이브로는 사용자가 좋아하는 향을 가정용 향수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다.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C랩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사외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를 운영 중이다. 5년간 스타트업 5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2019.12.01 09:00
  • 고동진 사장 "AI 한계 뛰어넘는 기술 연구 중"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대표(사장)는 5일 “인공지능(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사장은 이날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연구소에서 열린 ‘삼성AI포럼’ 개회사를 통해 “5세대(5G) 이동통신과 AI,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본격화된 초연결 시대에는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5G와 AI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스피커, 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의 기술 융합과 혁신의 근간이 되고 우리 삶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사장은 “삼성전자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도전정신으로 기술혁신을 주도해왔다”며 “AI 분야에서도 혁신 노력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 기업이 돼 미래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AI를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세계 5개국에 7개 글로벌 AI센터를 세워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기존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인공일반지능(AGI) 기술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복합적 지능을 갖춘 AGI 기술이 다양한 기기와 융합되면 더욱 획기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AI 전문가들의 강연도 이어졌다. 노아 스미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실험적 자연어 처리를 위한 합리적인 순환신경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바이샥 벨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일상

    2019.11.05 09:00
  • [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이상한 나라와 야만의 정치

    찰스 존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8년 <경제성장입문>이란 책을 냈다. 2013년 세 번째 판을 찍으며 책 표지를 바꿨다. 그래프가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을 넣었다. 위성에서 찍은 한반도 야경 사진. 반짝이는 남쪽, 어두운 북쪽. 설명은 없었지만 존스 교수는 한국이라는 성장의 아이콘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도 한국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문화가 중요하다(culture matters)>는 책에서 그는 “1960년대 초 가나와 한국의 국민소득은 비슷했다. 지금 가나는 3000달러, 한국은 3만달러가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문화’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찬사였다. 프랑스의 ‘지식 대통령’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도 “제3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 등으로 한국을 평가했다.헌팅턴, 찰스 존스가 본 한국그의 말대로 문화 콘텐츠 영역은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팝송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 프랑스 샹송, 이탈리아 명품 등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는 그동안 모두 선진국이었다. 이 공식을 한국이 깨버렸다. 싸이와 블랙핑크를 거쳐 방탄소년단까지.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말을 배우게 한 주역이다.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정작 이 나라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다. 상당수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곧 나라가 망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정부가 너무 많이 퍼줘서 망할 것이라고 하고, 다른 이들은 양극화와 역동성 상실로 희망이 없다고 한다. 생각을 표현해야 직성이

    2019.10.30 17:46
  • 삼성전자, 게임용 모니터도 세계 1위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세계 게임용 모니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9일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17.9% 점유율(금액 기준)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2016년 처음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한 뒤 3년 만이다.삼성전자는 고해상도(QHD)와 커브드 등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각각 30% 이상의 점유율로 2위 업체와 두 배의 격차를 기록했다. IDC는 지난해 500만 대 수준인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 규모가 2023년에는 10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게임 콘텐츠 해상도가 높아져 고성능 모니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넓은 화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몰입감이 장점인 커브드 모니터가 인기”라고 말했다.삼성전자의 듀얼 QHD 게이밍 모니터인 ‘CRG9’ 모델(사진)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9’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2019.10.09 09:00
  • [김용준의 생각노트] 잘 팔리면 된다?…소비자 마음 얻는 데 집중하라!

    소셜임팩트는 국가·기업·개인의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말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소셜임팩트의 목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아침 일찍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김 부장, 이거 무슨 의도를 갖고 하는 거 아닙니까? 편파적이에요.” 한 기업 임원이었다. 화가 나 있었다. ‘한경-입소스 기업소셜임팩트’ 조사 결과 기사에 대한 항의였다. 시장 점유율 1위인데 기업 평판, 신뢰도는 2위로 나온 것이 불편한 듯했다. 돈을 내고 순위를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보는 기업도 있었다.그렇게 기업들은 불편한 진실과 마주쳤다. 마켓셰어(시장 점유율)는 1위지만 소셜임팩트 지수와 기업 평판, 신뢰도는 한참 떨어지는 현실을.불편한 진실몇 해 전 ‘호사분면’(그림)이 화제가 됐다. 유능함과 무능함, 따듯함과 차가움을 기준으로 상사를 네 부류로 나눴다. 유능함과 따듯함을 겸비한 ‘호인’, 유능하지만 차가운 ‘호랭이’, 무능하지만 따듯한 ‘호구’, 무능한 데다 차갑기까지 한 ‘호OO끼’ 등. 많은 상사는 자신이 호인 아니면 호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평가는 호구 아니면 호OO끼가 많았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수잔 피스크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가 발표한 브랜드 매트릭스도 같은 구조다. ‘따듯함과 유능함 모델’로 브랜드를 분석했다. 유능하고 따듯한 브랜드로는 존슨앤드존슨, 캠벨, 허쉬 등이 꼽혔다. 유능하지만 차가운 브랜드 자리엔 벤츠, 포르쉐 등이 있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골드만삭스, AIG 등은 무능하고 차가운 기업으로 분류됐다.한국에서는 과거 유능

    2019.09.25 17:24
  • '신동빈 롯데 회장의 공감'에 영도대교 복원한 신격호를 떠올린 이유

    뜻밖이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의 미래를 위한 키워드로 ‘공감’을 던진 것은.롯데는 2015년 이후 폭풍과 같은 시간을 버텨야 했다. 경영권 분쟁,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비리수사와 신 회장 구속 등이 이어졌다. 신 회장이 경영진과 뉴롯데의 미래를 진지하게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 지난 20일 끝난 사장단회의가 첫 자리였다. 많은 사람은 ‘디지털, 글로벌 전략’ 등의 키워드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매출보다는 공감을 강조했다.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봐야 한다고 했다.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신 회장이 던진 공감이라는 화두는 아버지 신격호 시대에서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맞는 얘기다. 롯데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이는 신격호 시대의 유산이다. 돈은 벌었지만 사회를 위해 쓰는 데는 인색했다. 협력업체에는 인색했다. 지배구조는 복잡했다. 일본 기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신격호가 만든 롯데’의 전부일까. 신격호는 스물일곱에 맨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껌과 초콜릿을 생산해 큰 기업을 일궜다.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철강산업을 해보겠다는 꿈을 안고. 하지만 정부는 그에게 관광 인프라를 부탁했다. 호텔과 백화점사업을 성공시켰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잠실 롯데월드를 구상한 것도 신격호다. 새로운 명소가 된 123층짜리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그의 의지가 이뤄낸 작품이다.보이지 않는 일도 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은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다. 이 지역은 1970년 댐 건설로 수몰됐다.

    2019.07.21 17:14
  • [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전략전쟁의 시작, 한국의 전략은

    소니, 파나소닉, 아이와(AIWA). 모두 일본 브랜드다.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1980년대. 중학생들에게 선망의 아이템이었다. 나이를 먹어 TV를 살 때가 된 1990년대 중반. TV 하면 소니였다. 선명한 화면을 따라갈 브랜드가 없었다. 소니의 트리니트론 기술 때문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미국 TV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을 사람이 아닌, 기술이 받은 최초의 사례를 만든 그 기술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상황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일본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를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애플 등이 차지해버렸다.美·日·中의 분명한 전략소니와 파나소닉 등의 자리를 미국에 내줬으면 일본은 그래도 이해할 만했을 것 같다.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부품 소재를 가져다 산업을 일으킨 한국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한국 기업에 밀린 일본 회사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휴대폰 등의 시장에서 퇴출됐다. 일본 여론은 10년 전부터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뭔가 일이 일어날 전조였는지도 모른다.결국 일본은 액션을 취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소재 및 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가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의 정치적 행위이며, 자유무역 및 정치와 경제의 분리라는 원칙을 위배한 경제대국답지 못한 행위라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치밀한 전략에 따라 하나하나 진행되는 일이라면. 한국은 대처할 전략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된다.모든 국가가 ‘전략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략 방향이 분명해졌다.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의

    2019.07.07 17:40
  • 쿠팡·타다·에어팟 그리고 어떤 스타트업…좋은 '사용자 경험'이 팬덤과 습관을 만든다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그즈음 낯선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 경험. 뭔 소린가 했습니다. 느낌은 오는데….그 의미를 깨닫는 데 10년이나 걸린 것은 지적 게으름 탓이었을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좋은 사용자 경험이란 무엇인가’를 느끼는 데 걸린 시간이라고 할까.30만원짜리 노트북이 만든 감성두 달 전쯤입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기사가 될 만한 것을 찾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문구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100만원대 울트라북을 20만원대에.’ 일리가 있었습니다. 마케팅 등 필요없는 비용을 빼면 가능하다나 어쨌다나. 뭘 누르니 펀딩에 참여하겠느냐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나중에 결제 안 하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네’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잊고 지냈습니다.1주일쯤 지났을까. 메시지가 왔습니다. “펀딩이 성사됐습니다.” 뭐지? 카카오뱅크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메시지가 곧 따라 들어왔습니다. 노트북이 3개나 있는데….순간 “노트북 수집하냐”고 구박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난 기자다. 제품을 사용해보고 기사를 써야지.”두 달 후쯤 배송된다고 했습니다. 잊고 살기로 했습니다. 며칠 뒤 메일이 왔습니다. 조립하는 장면이 담긴 아주 짧은 동영상과 함께 생산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1주일에 한 번 정도 소식이 왔습니다. 어댑터 등을 정할 때는 투표도 했습니다.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이 스타일을 선택했습니다. 소식 밑에는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만드는 듯했습니다. 응원의 메시지도 이어졌

    2019.04.28 17:10
  • 5대양 거친 파도 헤치며 水産제국 일구다…'50년 선장' 김재철의 아름다운 퇴장

    1934년 전남 강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김재철. 공부에 재능이 있던 그였다. 하지만 고3 때 선생님의 한마디에 인생 항로를 바꿨다. “나 같으면 바다로 가겠다.” 그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작 뱃놈이 되겠다는 것이냐”는 아버지의 호통을 뒤로하고 부산으로 갔다. 수산대(현 부경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수많은 청춘이 배를 타다 영원히 바다로 가버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가 출항한다는 얘기를 듣고 배에 몸을 실었다. “죽어도 좋다”는 각서를 쓴 채. 대학을 졸업한 청년 김재철은 선장이 됐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항해를 시작했다. 일본 배를 빌려 세계의 바다를 누볐다. 참치를 잡으며 생각했다. ‘언젠가는 저들을 넘어서리라.’그는 다른 뱃사람들과 달랐다. 배에서도 책을 끼고 살았다. 고기 잡는 법을 연구하고 메모했다. 참치를 잘 잡은 그는 ‘캡틴 JC KIM’으로 불렸다. 1969년 4월 원양어선 한 척, 선원 세 명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동원산업이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이후 수십 년간 참치, 바다와 함께했다. 그는 말했다. “숨 가쁘게 달리다 돌아보니 꿈꾸던 대로 ‘세계 최대 수산회사’가 돼 있었다.” 그의 사업은 수산업에 머물지 않았다. 1980년대 초 그는 미국에서 연수를 하다 금융산업에서 또 다른 미래를 발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 증권업도 시작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출발이었다.16일 동원산업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경기 이천 연수원에서 열렸다. 기념사를 하던 그는 말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습니다.&

    2019.04.16 17:55
  • [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폐쇄성의 함정과 대통령 지지율

    그나마 다행이다. 삶의 터전이자, 추억의 장소이며, 수많은 생명의 안식처인 그 자연을 덮친 산불이 잡힌 것은. 사람들은 각자의 일을 했다. 전국의 소방차는 신속히 집결했고, 군인과 경찰은 재난이 확산되지 않게 막았다. 불이 나자마자 신고하고, 폭발물을 서둘러 옮긴 시민도 있었다. 기업들은 각종 구호물품을 보내 재난 극복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서둘러 피해를 복구하고 그곳에 있던 산림과 생명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1988년 미국 옐로스톤 화재는 위로가 될 듯하다. 당시 국립공원의 20%가 불탔다. 모두 절망했지만 30년 후 그곳에서는 더 많은 동물과 식물이 발견됐다. 자연의 복원력은 그렇게 다양성을 가져다줬다.재난관리와 위기관리이번 재난관리에서 보여준 정부의 능력은 별로 흠잡을 게 없는 듯하다. 대처는 빨랐고, 모든 역량은 총동원됐고, 지도부는 현장에 있었다. 네티즌들도 그런 평가를 하고 있다. 이를 보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재난이라는 위기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정부가 왜 자신들의 위기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까.얼마 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사퇴했다. 하지만 해명은 마치 “집 없는 사람이 빚을 내 집 한 채 산 게 무슨 큰 죄냐”는 듯했다. 국민들은 화가 났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장관 후보자 낙마에 대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도 마찬가지다.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은 빠져 있었다. 대신 “언론의 취재가 검증의 완성”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공분을 샀다. ‘위기는 위기 자체가 아니라 위기관리로 기억된다’는 명제를 모를 리 없는

    2019.04.07 17:27
  • 한 중소기업 되살린 장애인 직원의 한마디

    2014년 중소기업부 기자로 발령 났을 때 일입니다. 직전 취재하던 기업은 삼성전자였습니다. 당시 매출은 대략 200조원. 비교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중소기업도 웬만큼은 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첫 취재 지시를 받고 한 기업 주소지로 차를 몰았습니다. 경기도 어디였습니다. 비포장도로까지 지나 찾아갔는데 간판도 없었습니다. 직원은 사장님과 딸 두 명뿐이었습니다. 매출이 얼마냐고 묻자 3억원이라고 했습니다. “한 달에요?”라고 되묻자 “아니요 1년이요”라고 답했습니다. 착잡했습니다. ‘200조원과 3억원이라. 이런 기업들을 취재해야 한다는 거지….’ 하지만 인터뷰를 끝낸 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200조원에도 스토리가 있고, 3억원에도 스토리가 있구나.’ 중소기업 부장을 하면서도 이런 스토리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말에 취재를 갔던 한 행사 얘기를 할까 합니다.남아서 지켜준 직원컴트리는 보안 컴퓨터를 공공기관 학교 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입니다. 한 대의 PC로 내부망 외부망을 분리할 수 있는 ‘망분리 듀얼PC’ 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얼마 전 이 회사의 이숙영 사장을 점심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이 사장은 어려울 때 얘기를 하며 계속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2015년 컴트리는 큰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공공기관에 컴퓨터를 납품하기 위해 컴트리에 하청을 준 대기업의 지나친 요구를 견디지 못해 직원들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흔한 말로 ‘갑질’이었겠지요. 남은 직원들도 하나둘 사표를 냈습니다. 수주를 해야 할 영업사원 등 직원 대부분이 그만뒀습니다. 회사는 사실상 가

    2019.02.10 16:35
  • [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타다에서 배우는 개혁성공의 조건

    주변에 ‘타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른 택시는 못 탈 것 같다” “언론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 사용자가 늘지 않아야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등. 대화하다 보면 타다를 이용하지 않으면 시대를 못 따라가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많이 언급된 타다 얘기를 다시 꺼낸 이유가 있다. 타다가 던져준 메시지 때문이다. 개혁의 성공 요인이라고 하면 좀 거창할 것 같지만.타다는 사용자 경험을 파고들었다. ‘냄새나는 차, 승차 거부, 중간에 경유지가 있거나 골목으로 들어갈 때 느끼는 심리적 부담.’ 택시에서 몇 번쯤 해본 안 좋은 경험이다. 타다는 이를 없앴다. 내 의견과 다른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는 기사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다. 계산할 필요도, 문을 여닫을 필요도 없다. 작년 택시파업 때 타다가 급부상한 이유다.사용자 경험 파고든 타다타다는 또 저항과 기득권의 벽을 무너뜨리려 하지 않았다. 대신 벽이 낮은 쪽으로 돌아갔다. 11인승 승합차를 쓰고, 렌터카 형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차량 공유서비스의 큰 저항세력인 택시와의 전면전을 피했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시작함으로써 유사택시, 자동차 운송 불법알선 등의 논란에도 휘말리지 않았다. 이를 통해 공무원이라는 장벽도 피했다.이 서비스를 위해 외부의 힘을 빌려 왔다. 커플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 ‘비트윈’을 만든 브이씨앤과 손잡았다. 비트윈은 무료 메신저 모바일 앱으로, 글로벌 다운로드 수 2600만 건을 기록한 서비스다. 자동차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일은 브이씨앤이 맡는다.이 앵글로

    2019.01.06 17:35
/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