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의 생각노트] 잘 팔리면 된다?…소비자 마음 얻는 데 집중하라!
소셜임팩트는 국가·기업·개인의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말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소셜임팩트의 목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아침 일찍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김 부장, 이거 무슨 의도를 갖고 하는 거 아닙니까? 편파적이에요.” 한 기업 임원이었다. 화가 나 있었다. ‘한경-입소스 기업소셜임팩트’ 조사 결과 기사에 대한 항의였다. 시장 점유율 1위인데 기업 평판, 신뢰도는 2위로 나온 것이 불편한 듯했다. 돈을 내고 순위를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보는 기업도 있었다.

그렇게 기업들은 불편한 진실과 마주쳤다. 마켓셰어(시장 점유율)는 1위지만 소셜임팩트 지수와 기업 평판, 신뢰도는 한참 떨어지는 현실을.

불편한 진실

몇 해 전 ‘호사분면’(그림)이 화제가 됐다. 유능함과 무능함, 따듯함과 차가움을 기준으로 상사를 네 부류로 나눴다. 유능함과 따듯함을 겸비한 ‘호인’, 유능하지만 차가운 ‘호랭이’, 무능하지만 따듯한 ‘호구’, 무능한 데다 차갑기까지 한 ‘호OO끼’ 등. 많은 상사는 자신이 호인 아니면 호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평가는 호구 아니면 호OO끼가 많았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수잔 피스크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가 발표한 브랜드 매트릭스도 같은 구조다. ‘따듯함과 유능함 모델’로 브랜드를 분석했다. 유능하고 따듯한 브랜드로는 존슨앤드존슨, 캠벨, 허쉬 등이 꼽혔다. 유능하지만 차가운 브랜드 자리엔 벤츠, 포르쉐 등이 있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골드만삭스, AIG 등은 무능하고 차가운 기업으로 분류됐다.

한국에서는 과거 유능하고 따듯한 브랜드를 찾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몇몇 브랜드를 그 자리로 밀어올렸다. 사회에 따듯한 영향력을 행사한 능력 있는 브랜드는 소셜임팩트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LG트롬세탁기 진라면 빽다방 코스트코 등이었다.

조사 결과를 가장 불편해한 것은 호랭이에 속한 기업군이다. 삼성전자 농심 롯데 등이다. 그들은 부인할 수 없는 산업계 리더다. 품질과 서비스 만족도는 가장 앞선다. 하지만 소셜임팩트 지수는 2등 브랜드에 밀렸다. 이들 회사 경영진은 조사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과거에도 그랬다. “평판이 좋지 않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 시장 점유율 논리로 반박했다. “잘 팔기만 하면 된다.” 산업화 시대,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통했던 논리다.

‘마음 점유율’ 높은 기업 성장 가능성도 높아

소셜임팩트 지수는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줬다. 1등보다 2등이 더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있다는 이 진실은 간단한 질문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왜 시장 점유율과 소셜임팩트 지수는 차이가 나는 걸까?”

이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마인드셰어’다. 우리말로 하면 마음 점유율쯤 될까. 능력은 마켓셰어에, 따듯함은 마인드셰어에 영향을 미친다. 수십 년간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해준 오뚜기 창업자의 선행은 시장 점유율과 무관하게 진라면을 소셜임팩트지수 1위로 끌어올렸다. 의인상을 제정해 남모르게 사회에 기여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소방관 전용 세탁기를 개발해 기부한 LG도 마찬가지다. 공식 발표에는 없었지만 빽다방이 커피전문점 조사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은 골목상권 살리기와 연관된 ‘백종원 효과’ 이외에는 설명하기 힘들다. 모두 마켓셰어보다 마인드셰어가 더 큰 회사다.

마인드셰어는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라는 점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한다. 얼마 전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변하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 내용을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기업이 어떤 결정을 할 때 단지 주주들을 위한 이윤 창출에만 집중하지 않고 종업원과 고객, 사회 등 모든 이해 당사자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마인드셰어를 얻는 것은 혁신적 제품으로 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것과는 다르다. ‘영혼 있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말을 걸고, 이를 각인시키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의 위기와 관리의 위기

소셜임팩트 조사 결과는 위기관리가 평판에 미치는 영향도 보여줬다. 위기를 잘 관리한 기업들은 평판 위기를 벗어나 높은 순위에 올랐다. 신라호텔은 2011년 한복 사건을 겪었다. 한복 전문가가 식당에 들어가려 하자 직원이 제지했다. “한복 때문에 음식이 쏟아질 수 있다”고 한 게 화근이었다. 한복 전문가는 트위터에 분노를 쏟아냈다. 호텔신라는 사흘 만에 해결했다. 이부진 사장이 피해자를 만나 직접 사과했다. 호텔신라는 삼성 계열사임에도 이번 조사에서 호텔 면세점 부문 1위에 올랐다.

최근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도 광고 콘텐츠 때문에 위기를 겪었다. 무신사는 빠르고 신속한 사과, 피해자 관리, 재발 방지 대책과 실행 등 교과서에 나온 대로 대처했다. 위기를 평판을 높이는 호재로 바꿔놨다.

[김용준의 생각노트] 잘 팔리면 된다?…소비자 마음 얻는 데 집중하라!
위기관리는 소셜임팩트 평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한국에서 소셜임팩트는 여전히 사회공헌 등 적극적 선행보다는 비리, 불공정거래, 성폭행 등 부정적인 항목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BMW의 추락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설명하는 문장이 있다. “위기는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했나로 기록된다.”

김용준 생활경제부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