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구조 '직사각형'→'피라미드형'으로
자금조달 급선무...추석에도 보금자리 현장 강행군


지난 1일 분당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원 식당.

오전 초대 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취임한 이지송 사장은 신임 감사, 상임이사들과 함께 점심식사 자리에 오자마자 양복 재킷부터 벗었다.

올해 우리 나이로 칠순이 된 이 사장의 와이셔츠와 목덜미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장은 이날 오전 신임 임원들 임명장 수여와 취임식 행사 등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또 행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본사 사옥앞에 대기중인 14대의 추석 귀향 버스에 일일이 탑승해 직원들과 직원 가족들의 손을 잡아주며 고향가는 길을 배웅했다.

떡과 과일, 음료수 등 버스에 실어줄 먹거리도 직접 챙기는 열의를 보였다.

이 사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감사, 이사들을 향해 "출범과 취임식을 무사히 마치고 직원들이 고향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좋다.

사장, 간부들이 직원들의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누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이사들이 자기 휘하에 있는 부하들만 알고, 챙겨서는 안된다.

우리 토지주택공사 7천명의 직원들이 다 여러분의 부하이며 간부들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사후 이 사장의 집무실로 옮겨 계속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통합공사의 출범이 무탈하게 끝난 것에 무척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는 "15년을 끌어온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노조가 스스로 통합 반대 플래카드와 걸개그림을 떼고 마음을 모아줬다는 사실이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감격해했다.

하지만 그렇게 통합공사가 순조롭게 출발하기까지 남모를 고민과 마음고생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헐렁해진 바지 허리춤을 쥐어 보이며 "사장 내정되고 한달 동안 체중이 3kg이나 빠지더라. 어제도 취임을 앞두고 잠을 한 숨도 못잤다"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도 털어놓았다.

실제로 토지주택공사 사장에 내정된 후 지난 한달 여간 매일같이 아침 7시반에 출근해 밤 11~12시에 퇴근하는 강행군을 했다.

직원 3천명을 직접 만나며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인사에 반영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됐다.

칠순의 나이에 연봉이 높고 편한 대학(경복대) 총장 자리를 박차고, 고생길이 훤한 통합공사 사장을 자처한 이유가 뭘까.

"공기업 선진화를 제대로 이끌어보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라는 다소 싱거운 답이 돌아왔다.

이어 "오늘이 나의 사장으로서 마지막 취임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리나 임기에 큰 미련이 없고 오로지 첫 공기업 통합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통합공사의 최우선 과제는 '조직의 안정'이다.

"지금 토지주택공사 앞에는 보금자리주택,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중단없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 "조직이 안정되지 않고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공기업이 갖고 있던 비효율에는 철저히 '메스'를 가할 작정이다.

그 일환으로 처장급들의 책상을 밖으로 꺼내 직원들과 함께 일하도록 하고, 처장의 집무실은 손님 접대용으로 쓰도록 지시했다.

공기업 분위기에 오랫동안 젖어 있는 직원들 사이에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장은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처장이 방안에 갖혀 있으면 직원들과 소통이 단절되고 의사전달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처장과 같이 일하면 직원들이 불편해할꺼라는 일부의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환경 변화에는 먼저 솔선수범했다.

사장실의 바닥 카펫을 걷어내고 책상 앞에 있던 커다란 소파 대신 대형 회의탁자를 비치했다.

'일 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돈 쓰는 것이 싫다"며 모든 집기와 비품 등은 기존에 쓰던 것을 이용했고, 흔히 보이는 취임 축하 꽃과 화환도 일체 들이지 않았다.

직원들에게는 이미 골프 접대와 같은 향응을 제공받거나 부정부패가 적발될 경우 엄단할 뜻을 내비쳤다.

고위직들의 대형 물갈이도 예고했다.

통합공사는 2012년까지 직원의 24%를 줄이기로 한 가운데 이 사장은 특히 1~2급 고위직들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이 사장은 "조직이 잘 되려면 '피라미드' 조직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지금 통합공사의 구조는 위가 비대한 '직사각형' 구조"라며 "내 임기기간인 3년 안에 1~2급 고위직을 3분의 1로 줄일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통합공사는 현재 '재무'보다는 '금융'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직접 보니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국민주택기금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임대아파트 투자기간은 30~50년이나 돼 자금회전이 매우 늦더라"며 "이들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사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또 "55조에 달하는 금융부채를 생각하면 태산이 짓누르는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개발사업이든, 국내ㆍ해외 사업이든 가리지 않고 수익성 있는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이번 추석 연휴엔 이달 7일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가는 강남, 서초, 하남, 고양 등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현장을 둘러보며 진행사항을 체크해 휴무를 기대했던 임직원들을 긴장하게 했다.

그는 올해 안에 642개 국내외 현장을 모두 돌아볼 작정이다.

"지금 피곤한 것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통합공사가 공기업 선진화의 '시금석'이 되는 날 그 때 쉬어도 늦지 않다."고 인터뷰를 맺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