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가 끊어져 마비된 쥐가 뇌와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 척수 자체의 신경회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다시 걷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고 AFP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그레고와르 쿠르틴(Gregoire Courtine) 박사는 척수단절로 뒷다리가 마비된 쥐가 특정 약물의 투여와 지속적인 전기자극으로 1주일 만에 완전히 체중이 실린 걸음을 걸었으며 나중에는 운동훈련을 통해 달릴 수 있게까지 되었다고 밝혔다.

쿠르틴 박사는 척수단절로 뇌로 가고 오는 신호전달이 끊어진 쥐들에게 척수신경회로를 활성화시키는 세로토닌작용제(serotonin agonist)인 퀴파진(quipazine)을 투여하고 손상된 척수 아래쪽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인 척수경질막에 전기자극을 가하자 러닝머신에서 완전히 체중이 실린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운동훈련(물리요법)을 몇 주동안 시키자 이 쥐들은 최고 30분까지 쓰러지지 않고 걷거나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또 뇌와의 신호연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자극에 반응해 다리의 움직임을 조정하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러닝머신을 후진시키면 쥐들도 뒷걸음질을 쳤다.

이는 척수자체의 신경회로가 뇌로부터의 신호전달 없이도 인지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쿠르틴 박사는 말했다.

세로토닌작용제란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과 유사한 효과를 유발해 중추신경과 말초신경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척수의 신경회로는 뇌나 감각기관과는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제한된 근육운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운동기능을 거의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시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쿠르틴 박사는 이러한 과정을 대신할 수 있는 신경보철(neuro-prosthesis)을 만들어 쥐에 실험하고 있으며 앞으로 4년 안에 척수마비 환자의 몸에 장치할 수 있는 신경보철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온라인판(9월20일자)에 발표되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