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부지'서 첫 주연
박철민 "'전국노래자랑' 같은 배우 돼야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불멸의 이순신'으로 친숙한 배우 박철민이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배해성 감독이 연출한 '아부지'에서다.

'아부지'는 5억원 남짓 든 저예산 영화다.

작년 5~6월 전남 구례군 일대에서 촬영됐으며 내달 개봉한다.

꽤 오랫동안 극장을 잡지 못했기 때문일까? 어차피 늦은 거 편안히 개봉을 기다린다는 박철민은 최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묵은 장'처럼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아련한 시골 생활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고 '아부지'를 소개했다.

"규모가 크거나 장르적 실험이 풍성한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영화입니다."

'아부지'는 농사꾼이 되길 원하는 아버지(전무송)와 도시로 진학하길 원하는 초등학생 아들 기수(조문국)간의 갈등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박철민은 부자지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기수에게 꿈을 심어주는 선생님 역할을 맡았다.

"전교에서 1~2명 빼고 거의 배고팠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는 고구마도 훔쳐먹고, 철 지난 딱딱한 떡을 구워먹기도 했죠. 먹을거리를 서리했던 추억이 아련한데, 그런 유년시절의 경험들이 영화에 그대로 투영돼 있습니다."

영화는 이처럼 배고픔의 추억과 맞물려 있다.

기수가 도시로 진학하기 어려운 이유도 가난이고, 아이들이 서리에 나서는 이유도 가난이다.
박철민 "'전국노래자랑' 같은 배우 돼야죠"
하지만, 이런 추억이 젊은 관객의 공감을 살지는 의문이다.

"80~90년대를 치열하게 살다 보니 이제는 그런 시골 풍경이 많이 사라졌지요. 사실 젊은층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영화가 담은 진심이 전해진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출연료는 매우 적게 받았지만, '아부지' 촬영이 없을 때 낚시도 하면서 수년 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며 웃는 박철민. 사실 그는 1980년대 말 노동 연극 단체 '극단'을 통해 데뷔한 연기자다.

"참여연극 단체라 해도 일반 대학로 연극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었죠. 그런데 비슷한 주제의 연극을 7년 정도 하다 보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학로의 제도권 연극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대학로에서 '오봉산 불지르다', '비언소', 마당극 '밥'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탄 그는 지난 2004년 '목포는 항구다'를 통해 영화에 데뷔했다.

이후 '화려한 휴가'(2007), '마이 뉴 파트너'(2008) 등의 영화와 '불멸의 이순신'(2005), '뉴 하트'(2008) '베토벤 바이러스'(2008)와 같은 드라마로 영화계와 안방극장을 드나들면서 주목을 받았다.

"장르를 특별히 가리지는 않아요. 전 그냥 송해 선생님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국노래자랑의 주인공은 서민이잖아요.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들이 흘리는 눈물과 웃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서민들의 삶에 좀 더 밀착하고 싶다는 박철민이 생각하는 요즘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아버지는 부드럽고, 상냥하죠. 심지어 여성스럽다는 말까지 듣습니다. 예전에 아버지는 안 그랬거든요. 무섭고, 무뚝뚝했죠. 자녀와의 거리도 멀었습니다. 한 마디로 큰 산과 같은 분이셨어요. 하지만, 요즘 아버지보다는 더 깊고 넓다는 느낌입니다. 옛 아버지들이 가끔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