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 이렇게 하면 망한다!

지난 3월 경기도 양주시 국도변에 황태요리 전문점을 개업한 P씨(54)는 하루 하루 후회하며 살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간 동두천에서 월 1000만원을 벌 정도로 잘나가던 25평짜리 동태탕 전문점을 접고 대형 매장을 낸 게 화근이었다. P씨는 권리금을 두둑이 받고 기존 가게를 넘긴 뒤 기분 좋게 새 출발을 했다. 한번 성공해 본 경험이 있어 입지가 나빠도 주차 공간과 매장만 넓으면 된다고 판단해 70평짜리 널찍한 새 점포를 구했다. 인테리어와 조경비 등으로 3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하지만 개업 첫 달 하루 매출이 평균 10만원에 그쳐 인건비는커녕 식자재비도 결제하지 못했다. 넉 달째를 맞은 이달 들어서도 영업이 호전될 기미가 없다. 날씨까지 더워지면서 매출이 더 줄었다. 이런 상태라면 4년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판이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P씨의 실패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충분한 시장 조사 없이 새 점포를 냈고,경기 침체기에 투자 비용이 너무 컸다고 지적한다. 불황으로 국도변 음식점들이 최근 몰락하고 있다는 점도 감지하지 못했다. 황태 요리가 저가형 고기 전문점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개점 초기 '홍보만 하면 좋아지겠지' 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도 실수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자영업자 수가 609만명에서 579만명으로 30만명이나 줄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건물주와의 임대 계약이나 권리금 문제로 폐업도 못하고 문만 열어 놓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수두룩하다. 자영업은 창업이 쉬운 만큼 실패 확률도 그만큼 높다. 망하는 가게는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1) 인기업종 뒷북 치기

일반인들은 주변 얘기나 소문만 듣고 인기 업종에 우르르 몰려 막차를 탔다가 상투를 잡는 경우가 많다. 찜질방,조개구이점,소갈비살 전문점,막걸리 전문점 등이 그런 예다. 프랜차이즈 본사 등의 말만 믿고 유행 업종에서 뒷북을 치는 사람들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초보 창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유행하는 아이템의 수명은 길어야 2~3년,짧으면 6개월인데도 오래 갈 것으로 오판하는 창업자들이 많다. 인기 업종일수록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 과도한 투자

집을 담보로 은행 돈을 빌리는 등 거액을 투자해 가게를 열었던 초보 창업자들이 투자 원금을 회수할 틈도 없이 내수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초보 창업자는 차근차근 따져가며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장래에 대한 초조감에 앞뒤 안 재고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수익금으로 대출 원리금 갚기에 급급하다 보면 자금 운영에 무리가 생긴다. 초보 창업자는 소액 투자를 통해 먼저 경험을 쌓는 게 좋다.

(3) 값싼 점포 선호

경험 부족으로 입지 선정에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권리금이 없는 곳에 창업하면 90% 이상 실패하는 게 기본인데도 싼 맛에 권리금 없는 점포를 인수했다가 낭패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장사가 잘되는 점포에 매겨지는 것이 권리금인 만큼 '권리금'이 없다는 것은 '고객'도 없다는 뜻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창업자는 인테리어를 잘 꾸며 분위기를 내고 서비스를 잘하면 고객이 와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초보 창업자의 성공 확률은 기존 자영업자 성공 확률의 절반에 불과하다.

(4) 전문지식 부족

지난해 수원에 네일아트숍을 냈다가 문을 닫은 박모씨는 전문성 부족으로 실패했다. 박씨는 깔끔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에 2억원을 들여 네일아트숍을 차렸다. 그러나 정작 네일 아트에 대한 기술은 전혀 없었다. 이 업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주인이 직접 전문가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박씨는 개업한 뒤에야 그 점을 알았다. 자영업은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문을 열면 앞으로 남고 뒤로 까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력난과 높은 인건비,물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값 급등 등으로 폐업하는 점포들이 많다.

(5) 적성과 경력 무시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 없이 장기적인 전망보다 단기적인 수익만 좇으면 실패하기 쉽다. 초보 창업자들의 경우 자신의 적성과 경력을 고려하지 않고 업종을 선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창업자들은 사업 환경이 조금만 나빠지면 버티기 어려워 쉽게 자포자기해 버린다. 개업 후 1년 이내 문을 닫는 점주들이 많은 이유다. 눈앞의 이익에 휘둘리거나 급하게 이익을 좇다 보면 뿌리 내리기 어렵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매출 부진으로 침체에 빠졌을 때의 비관적인 행동과 마음가짐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누구든 한번쯤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의 차이가 바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사람들이 창업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달려드는 사례가 많다"며 "샐러리맨의 경우 자영업 창업을 결정했다고 해도 적어도 1년 이상은 미리 준비한 뒤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