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멈춰선 건설현장이 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안태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공식집계만 16만 가구에 이르는 전국 미분양. 주택업계는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멈춰선 건설현장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유동성 위기와 자금 압박이 건설현장에서 심화되면서 공식적으로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나 저희들이 볼 때 현장 곳곳에서 건물이 올라가지 않거나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눈에 뜨이게 볼 수 있습니다." 오랜기간 분양이 안돼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금융권 지원마저 어렵게 되자 공사현장에 돈이 들어오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일부에선 입주예정자들이 내는 돈이 공사에 제때 투입돼야 하는데 금융권에서 대출상환금으로 회수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밖에 입주예정자들의 동의를 얻어 공사를 미루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이 경우 입주예정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데 시장상황이 어렵다보니 업계에선 손해를 보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주택업계의 자금사정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합니다. "창업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고 아마 CEO들은 잠을 설치며 최근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고 금융권에 발이 닳도록 쫓아다니며 애걸복걸하고 다니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저도 2개 회사를 맡고 있는데 매일 아침 자금 대책 회의부터 시작해서 돌아오는 여러가지 자금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책회의를 매일 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도 차질을 빚긴 마찬가지입니다. "법정관리 업체는 법원이나 채권단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시공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요. 향후 2차 건설사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되면 더 많은 업체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건설관리에 더 애를 많이 먹을 것으로 예상..." 건설현장의 이 같은 어려움은 실제 보증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공사 예정공정률보다 25% 이상 공사가 지연돼 분양계약자의 보증이행 청구가 있을 경우에는 보증사고 처리를 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 주택업체의 자금사정 악화로 정상적인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보증사고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2008년) 1월 다섯 곳에 불과했던 보증사고 사업장은 한해가 지나 13배 늘었습니다. "당초 공사 일정보다 20%에서 25% 미만 지연된 예비 보증사고 사업장, 즉 '관리사업장'도 늘고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대한주택보증은 지난 1월 50곳을 관리사업장으로 분류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사업장 한곳당 약 300세대를 맡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관리사업장과 보증사고 사업장을 포함해 지난 1월에만 3만5천 가구의 분양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외환위기 당시 부도처리된 일반 건설업체는 815개. 지난해 130개와 비교하면 많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업계의 부도현황은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지 않지만 미분양 물량과 가계부채 비율 등 구조적인 상황은 더 어렵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 경기침체에 따라 장기화되고 있는 주택시장 위축은 부도업체를 양산할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습니다. "IMF때는 가계 부채가 크게 높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가계 1인당 빚이 3천만원이 넘고, 또 그 당시엔 24%의 높은 저축률을 보였지만 이제는 1%대의 낮은 저축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가계가 추가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과거보다 굉장히 낮아졌다는 것이고요. 조기에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적 여건 자체의 성장모멘텀이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동산 수요층 충격 있을 것..." 산적한 미분양 물량과 끝을 할 수 없는 주택시장 침체, 여기에 나몰라라 등지며 자기 밥 그릇만 챙기고 있는 금융권. 때문에 주택 전문가들은 "취·등록세 감면 등 보다 파격적인 수요 진작책과 미분양을 담보로 한 적극적인 금융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채상균 양진성 영상편집: 신정기 안태훈기자 t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