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사실상 파산상태에 직면,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자회사인 GM대우자동차에도 비상이 걸렸다. GM의 자구책에 전 세계 수천 개의 딜러망을 폐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다. GM대우는 미국 유럽 등 150여개국에 수출할 때 GM의 글로벌 판매망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차량 역시 시보레 오펠 등 GM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데,GM의 네트워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라며 "GM의 판매망이 약화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GM의 판매망 약화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GM의 경영사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GM대우가 수출대금을 당분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회사는 남미 등에 수출했던 차량 대금 약 3000억원 중 상당액을 GM으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대금 회수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정확한 금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GM대우는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을 포함한 전 임직원이 비행시간 8시간 이내의 해외출장에 나설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고강도 비용절감에 나섰지만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등과 맺은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 한도) 12억5000만달러도 이미 소진됐다. 지난 11일엔 정부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회사 협력업체들은 사면초가 상태다. GM대우가 잇따라 공장 휴업에 나서고 있는 데다 GM 본사 수출길도 끊기게 생겨서다. GM대우와 거래하는 부품업체는 평화정공 등 8700여개,GM 본사에 직접 납품하는 업체는 영신정공 등 20여곳이다.

GM에 차량용 볼트 등을 납품해온 A사 관계자는 "GM의 신차 출시가 늦어지면서 1년 이상 투자한 부품개발비를 고스란히 날렸다"며 "작년 원자재 파동 때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납품을 계속했던 노력이 허사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조재길/김미희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