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가입회사를 옮길 수 있는 번호이동성 제도가 지난 1일 전면 시행된지 이틀만에 1만2천여명에 이르는 고객이 가입회사를 옮겼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하겠지만 통신위원회 제소 움직임 등 출발부터 매끄럽지 못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번호이동성 도입 전만 해도 가입자들이 얼마나 이동할 수 있을 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단말기를 바꿔야만 하는 등 전환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틀만에 가입자가 이만큼 이동한 것은 사용기간을 약정하고 요금을 할인받는 약정할인제,단말기 교체 수요,소비자의 선택권 발휘 욕구 등 이동을 자극하는 측면들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일정액 이상 통신요금을 지출하는 고객의 경우 약정할인제로 인해 단말기 교체부담이 사실상 상쇄되는 효과가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여진다. 일각에서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약정할인제를 단말기 보조금 부활이 아니냐고도 하는 모양이지만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요금경쟁이란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요금과는 전혀 무관하게 마치 공짜 핸드폰을 주는 것처럼 허위로 선전해 고객을 유인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그보다는 이틀만에 1만2천여명에 이르는 고객이동에서 우리는 번호이동성이 시장의 활력소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시장점유율에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사업자들이 인식한다면 본격적인 요금경쟁과 더불어 품질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고 성숙단계에 이른 시장에 경쟁을 자극한다는 번호이동성제의 취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우쳤던 이동통신시장을 질적으로 고도화시킬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번호이동성제가 제대로 정착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그런 점을 생각할 때 2분만에 이동이 가능하고 성공률이 90% 이상이라던 정부 발표와는 딴판으로 2,3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데다 이동변경 신청에 성공한 고객이 겨우 60~70%라고 하는 것은 문제다. 전산시스템의 오류와 고의성 시비,그리고 이동하려는 고객을 되돌리려는 역마케팅 논란 등 사업자간 불신도 마찬가지다. 출발부터 삐걱대는 이런 양상은 정부의 부실한 관리능력 탓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