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면 따끈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다. 커피잔을 앞에 두고 인생과 예술을 논하고 때로는 사색에 빠져들곤 한다. 유럽에서는 "좋은 커피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키스처럼 달콤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때 커피수입을 반대했던 영국교회에서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마시는 커피보다 더 검은 얼굴로 최후 심판의 날을 맞을 것"이라고 커피유해론을 펴기도 했었다. 에티오피아에서 야생으로 자란 커피나무는 9세기께 아라비아반도에서 재배되기 시작됐다. 이후 십자군 전쟁시 유럽으로 전해졌는데 당시에는 이교도의 음료라 해서 배척당했다. 그러나 커피는 상류사회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 나갔고,커피는 곧 지식인의 상징으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커피가 인체에 유해하냐 무해하냐 하는 논란은 지금도 분분하다. 며칠전 이탈리아의 한 대학이 커피를 교내 모의재판에 회부했는데 '적당량의 커피는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반대론자들은 커피가 불안과 흥분, 그리고 경련과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옹호론자들은 커피속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정신을 또렷하게 해줄 뿐 아니라 뇌의 도파민 수치를 높여 파킨슨병 등 퇴행성 정신질환과 상당수 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해 참석자들의 동의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이 처음 커피를 마셨다고 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전문 커피점이 동네마다 들어서 있을 정도로 커피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커피빈 파스쿠치 카페아티지아노 등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커피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아지고 있다. 같은 커피라도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맛과 향기가 달라지는데 카푸치노 헤이즐넛과 같은 커피믹스가 있는가 하면 커피위에 우유 크림으로 새나 꽃 모양을 내는 라테아르도 있다. 커피의 종류가 많다보니 커피전문점에 가서도 다방커피를 주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쨌든 적당량의 커피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뉴스에 커피 애호가들은 반가워하고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