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탁상품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올들어 SK글로벌 분식회계 여파와 카드채 위기로 채권에 집중 투자한 신탁상품의 안전성 및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현재 8개 시중은행의 금전신탁 총 수신액은 49조2천3백95억원(잔액 기준)으로 집계됐다. 은행 금전신탁 수탁고가 50조원 아래로 줄어들기는 올들어 처음이다. 금전신탁 수탁고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55조8천6백89억원에 달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11.8% 감소했다. 이처럼 신탁수탁고가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은행 예금액은 늘고 있다. 시중 8개 은행의 지난달 26일 현재 총 수신액(고유계정)은 4백30조5천2백8억원으로 3월 말에 비해 4조9천8백32억원(1.1%) 증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금융시장 환경이 불안하자 고객들이 리스크가 있는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에 돈을 넣기보다는 안전한 은행예금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 자금의 전반적인 단기부동화 추세를 반영, 은행 금전신탁의 만기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은행신탁에 돈을 맡기더라도 만기가 1년 이상인 상품보다는 단기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달 25일 현재 총 신탁수탁고(3조4천9백52억원)중 3개월 이하 만기상품 비중은 20.4%에 달했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3개월 이하 만기상품 비중은 총 신탁액(4조3백91억원)의 15.9%에 불과했다. "고객들이 신탁에 맡기는 돈도 단기부동화되고 있다"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