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5백만의 기술강국 핀란드 ]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중심에 있는 라타카츠 거리. 총리실과 재정부 등 주요 관청이 몰려 있어 일명 관청가로 불린다. 거리 남쪽 맨 끝에는 핀란드를 북유럽의 기술강국으로 만드는데 핵심역할을 한 과학기술정책위원회(STPC)가 있다. 핀란드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목표로 1987년 설립한 총리실 직속의 최고 과학기술행정기관이다. STPC 1층 안내데스크는 매일 각국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북적댄다. 다른 나라의 정부 관료나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강소국 핀란드의 성장 비결을 배우기 위해 단골로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초 STPC 건물 3층 대회의실. 총리를 비롯한 교육부 무역산업부 재정부 등 각부 장관들 외에 경제계 대표인 노키아 회장, 학계대표인 헬싱키대 교수, 노동계 대표 등 20여명이 회의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STPC의 키모 할머 기획총괄국장은 "국가기술개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부문별 수장들이 모여 매년 다섯번 정도 회의를 개최하는데 이번이 올들어 첫번째 회의"라고 소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전략은 기술혁신이다(National strategy is technological innovation)'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테크놀로지 프로그램은 15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유럽의 강소국으로 급성장한 핀란드가 제2의 도약을 위해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국가기술개발 전략이다. 정부 주도로 민간 기업과 대학이 공동 참여하는 43개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선정, 6년 간 집중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핀란드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가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투자한 돈은 15억유로(약 1조9천억원). 올해는 20억유로로 지난해보다 30%를 늘렸다. 참여 기업은 모두 2천4백여개이며 이 가운데 대학은 45개에 달한다. 핀란드는 이같은 테크놀로지 프로그램을 통해 2008년까지 참여기업의 대부분을 노키아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시킨다는 목표다. 핀란드가 강소국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정부의 효율적인 연구개발(R&D)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정부의 R&D 투자액은 43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 달한다. 스웨덴에 이은 세계 2위다. 기술개발청(TEKES)도 R&D 지원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TEKES는 핀란드 최대의 R&D투자기관으로 자국기업의 R&D는 물론 핀란드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R&D 활동도 지원한다. 정부 R&D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TEKES의 투자기준은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기술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은 물론 기업의 자산, 연구네트워크 구축, 지역 중소기업 활용, 국가기술프로그램 참여 실적, 국제협력 등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통과 요건이다. 전체 투자의 31% 정도가 전략산업인 정보통신분야에 집중되며 나머지는 생명과학(27%), 환경(18%), 소재(17%) 등 미래형 산업에 분배된다. TEKES의 마리타 파시 국제담당 이사는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추진해온 기술개발정책에다 민간기업과 연구계, 대학간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기술강국 핀란드를 만들어낸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포스코 ] 헬싱키(핀란드)=정종태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