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햇동안 은행지점 스무개에 맞먹는 영업실적을 올린 은행원이 있어 화제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 주택금융마케팅부의 김학 차장(43)은 지난해 재건축.신규분양 아파트에 대한 집단대출에 주력해 주택담보대출 실적을 3천억원이나 올렸다. 이 은행 영업점의 주택담보대출 실적이 평균 1백5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점 20개의 실적을 혼자서 올린 셈이다. 성과의 비결은 서울.경인지역 신규분양 아파트 입주일이나 사전 점검일, 재건축 아파트 승인일 등을 꼼꼼히 챙겨 부지런히 돌아다닌 것. 김 차장은 "집단대출은 덩치가 크면서도 부실이 적은 것이 장점"이라며 "특히 이 계약은 따낼 확률이 20∼30%밖에 안되기 때문에 높은 실적을 올리려면 발로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김 차장은 한 분양아파트 사전 점검일에 맞춰갔다가 주말에만 2백억원어치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또 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입찰탈락 뒤에도 관리를 계속한 덕분에 자진철회한 입찰자의 뒤를 이어 바로 6백억원어치 계약을 받아냈다. 선린상고 졸업 후 80년에 입행한 그는 외환위기 당시 신지식인으로 꼽힌 '번개짜장'의 강의를 듣고 감명받아 수동적인 영업자세를 완전히 떨쳐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은행원이 앉아서 영업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외환위기로 직장은 존폐기로에 서야 했지만 자신에겐 오히려 새로운 기회였던 셈이다. 게다가 실적이 좋아지자 금융연수원과 농.수협 등에서 강의 요청이 밀려 들어왔고 올해 11월까지 일정이 꽉 찬 인기 강사가 됐다. 행내강연을 통해 그의 수업을 들은 제일은행 직원들도 벌써 1천명을 넘어섰다. 김 차장이 강의주제로 제시하는 '성공하는 영업맨의 유형'은 △승부근성이 강하고 좌절하지 않는다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간섭받기 싫어하고 독립적이다 △협상능력이 우수하다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다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등이다. 김 차장은 지난해 성과급으로만 연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받았으나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는 강의를 병행하면서 작년의 세 배가 넘는 1조원대 실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올들어 두달동안 이미 2천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 실적을 올렸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