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지젯(EasyJet)은 유럽 내에서 초저가 비행편을 제공하는 작은 항공사다.

지난 95년 창립됐지만 지난해 시가총액이 브리티시에어웨이(BA)를 앞서기도 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이지젯이 갖고 있는 경쟁우위는 바로 낮은 가격이다.

눈에 보이는 비용은 모두 줄였다.

예를 들면 공짜로 주는 점심을 없앴다.

종이티켓도 없애 승객들이 예약번호만 들고 오면 되도록 했다.

도심에서 떨어진 공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내렸다 다시 이륙하는 데 30분이 채 안걸린다.

항공기 회전율을 높인 만큼 가격 인하요인도 커져 가장 싼 비행기표는 우리돈으로 1만5천원밖에 안된다.

창업자는 그리스계 영국인 스테리오스 하지-이오아누.

백만장자지만 나이는 서른다섯밖에 안된다.

저유소를 운영하다 이지젯 창업으로 성공한 후 98년에는 이지그룹을 만드는 등 부와 명성을 함께 쌓아가고 있다.

그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1주일에 네번씩이나 자사 항공기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그는 가격에 민감하지 않을 것 같은 유럽인들 중에도 '택시 수준의 서비스와 가격'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직접 찾아냈다.

새 시장을 개척한 경영자들은 시장 흐름과 미래 추세를 한눈에 보는 직관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천부적으로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시장 속에서 고객들의 변화를 접하지 않으면 아무리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고 해도 검증되지 않은 새 수요를 발견해낼 수 없다.

델컴퓨터를 창업한 마이클 델도 대학 시절 친구들의 컴퓨터를 고쳐주다 새로운 수요를 찾았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갖춘 컴퓨터였다.

이후 주문판매방식으로 발전한 델컴퓨터의 수익모델은 델이 고객들 속에서 직관적으로 보아낸 미래였다.

고객들은 원래 변덕스럽다.

항상 새것으로 바꿀 준비가 돼 있다.

이제는 인터넷에 힘입어 정보량도 풍부해졌다.

그러니 직원들이 올리는 시장분석보고서로 고객을 알려고 하면 항상 뒤처지게 돼 있다.

공장을 자주 둘러보거나 직원들과 정기적인 대화를 나누는 경영자들은 적지 않다.

그러나 '마음 먹고' 고객을 찾아다니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최선이라고들 생각하는 모양이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품질,서비스는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팔리지 않는다.

시장에 자주 가보지 않으면,고객을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yskwo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