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기업의 연구개발(R&D)은 미래를 위한 투자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중요하다. R&D센터와 연구실들은 새로운 기술 진보와 발명을 통해 기업이 기술적 차원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소비자들에게는 경쟁사에 앞서 세계적 수준의 상품을 제공하게 해준다. 특히 급변하는 첨단기술기반 산업에서 R&D는 전략적 차원뿐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가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R&D허브(hub·거점)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잦다. R&D가 한 개인 또는 기업의 영역을 벗어나 국가 경쟁력의 핵심 화두로서,지역적으로 흩어져 있는 연구집단들을 상호 연구 관련성에 의해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R&D허브는 항공수송에 있어 허브공항처럼 넓은 의미의 연구개발연합 네트워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연구거점 집단이다. R&D허브 구축이 필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손쉬운 고급인력 조달,첨단기술과 경험의 공유가 가능하고 R&D 인프라와 지식재산의 전문적 운용을 한 자원을 쉽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구축된 허브는 저렴한 R&D 비용과 높은 연구효율을 바탕으로 연구자 기업 정부 등이 상호협력과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더 많은 연구투자를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최근 외국계기업의 경우 아태지역 R&D센터 설립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이 떠오르는 아시아시장의 소비자에 가깝고 운영경비가 저렴하며,지구 반대쪽과의 시간대 차이를 이용해 24시간 연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지역에 수준급 고급교육기관이 산재해 있고,적절한 영어구사능력과 국제화 마인드로 무장한 저렴한 고급기술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태지역 각국에서 외국계기업들의 R&D센터를 유치해 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는 정보기술(IT)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R&D허브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생명공학과 IT분야에서 아태지역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외국기업 R&D센터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30개 대학이 집중된 후쿠오카의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실리콘 시벨트(Sea-belt)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과 상하이 푸둥지구에 외국계기업의 IT 및 생명공학 연구센터를 유치하며 R&D허브 경쟁에 뛰어들어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아태지역 국가의 도전을 극복하고,동북아 R&D허브로 발돋움해야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등 광범위한 주력 산업기반과 생산기술기반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점은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국과 비교해 과학기술 R&D 인프라 측면의 우위를 갖고 있고,일본에 비해서는 저렴하고 중국에 비해 더 숙련된 고급 과학기술인력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물리학회는 아태이론물리센터와 공동으로 '국제 우정의 밤'을 부산에서 개최했다. 인도 등 20개국 70여명과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로플린 교수 등이 참석,아태지역 차세대 고급 과학기술인력 양성 및 국제교류 촉진의 계기가 됐다. 아태이론물리센터는 일본 호주 등 아태 10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연구기관으로 포항에 있다. 이 센터는 포항공대의 가속기연구소 등과 함께 아태지역 R&D허브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 과학기술연구기관이 많이 있지만,실제 국제연구센터의 틀을 갖춘 것은 서울대 국제백신연구센터와 포항공대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밖에 없다. R&D허브 경쟁의 핵심요소가 과학기술분야의 고급 기술인력 확보라는 점을 감안할 때,이러한 국제기관 및 연구기관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대학 기업이 공동으로 고급 과학기술인력 양성 및 교류 드라이브를 통해 갈수록 치열해지는 아태지역 R&D허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swan@postech.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