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산업을 태동시킨 녹십자는 축적된 생물학적제제 분야의 생산기술 및 연구력을 바탕으로 유전공학을 이용한 신약을 개발하고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녹십자는 LGCI와 함께 생명공학 제약산업에 집중하는 순수 지주회사다. 지난해 2백55억원을 신약개발에 투자,자회사 매출액의 8.1%를 연구개발비로 썼다. 투자규모 뿐만 아니라 연구인력의 측면에서도 녹십자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사업자회사와 관계사를 포함해 1백62명의 종업원이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전체종업원의 8%에 해당하며 이 중 박사가 23명이나 된다. 여성 연구인력도 전체 연구원의 33%에 이른다. 목암연구소는 지난 88년 세계최초로 유행성출혈열백신을 개발한데 이어 93년에는 세계 두번째로 약을 독화한 수두백신을 개발했다. 이밖에 에이즈 B형간염 C형간염 등의 진단시약을 비롯한 등 우수의약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89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연구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목암연구소가 추진중인 신약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고있는 연구과제로는 골다공증치료제(PTH)와 B형간염 면역치료제(CTL)가 있다. 유전자재조합방식으로 양산되는 적량이 투여될 경우 조골(造骨)세포 형성을 촉진해 골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되는 약물이다. 기존 치료제가 파골(破骨)세포를 억제하는 예방적 효과에 그친다면 PTH는 조골세포를 촉진하므로 보다 치료적인 효과를 낸다고 볼수 있다. PTH는 국내서 개발된 생명공학의약품으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2000년 3월 1상 임상시험을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독일에서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께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PTH는 2007년께 G7국가에서만 연 9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국 릴리가 개발한 PTH가 FDA의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녹십자가 세계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B형 간염바이러스(HBV)에 감염된 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CTL도 주목받는 연구과제다. 이 치료제는 HBV가 간염 및 간암을 유발할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의 X단백질에서 유래한 특정한 파편(펩타이드)이다. 이 펩타이드는 환자에게 주입될 경우 CTL의 활성화를 유도,CTL이 간염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도록 유도한다. 현재 전(前)임상시험이 거의 마무리돼 금년 상반기안에 임상시험에 착수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3년내에 상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녹십자는 창업투자 자회사인 녹십자벤처투자를 통해 유망한 바이오벤처와 전문연구기관들을 발굴,사업화에 필요한 종잣돈을 투자하고 있다. 녹십자벤처투자는 선진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연구개발 임상시험 허가등록 분야의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