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탈라인을 살려놓고서 앞으로 과연 어떤 기업을 퇴출시킬 수 있을지 속내가 정말 궁금해집니다" 지난 24일 한국디지탈라인이 코스닥위원회로부터 극적으로 '조건부 퇴출유예결정'을 받은데 대한 증권가의 반응이다. 코스닥위원회는 시장 잔류 명분으로 증자대금 납입 등의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채권자들의 이해득실을 따져볼 때 이번 결정은 사실상 '조건부 등록유지'에 다름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위기다. 한국디지탈라인은 지난해 10월21일 최종부도로 등록철회 사유가 발생한후 정리매매기간을 거치는 등 사실상 퇴출수순을 밟아왔다. 당시 껍데기 뿐인 회사의 존속가치를 따지기전에 '정현준 게이트'등 최대주주의 금융사기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화의나 법정관리를 통한 자구책마련이 불가능해 퇴출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코스닥위원회도 지난 4월께 회사측이 제시한 사적화의를 자구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지난 7월께 다산의 퇴출결정후 소액주주들의 소송이 불거지자 코스닥위원회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적화의등 자구노력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채권자들이 사적화의를 동의한 배경은 한국디지탈라인의 청산가치가 제로(0)에 가깝다는데 있다. 컴퓨터 몇대가 자산의 전부인 회사를 '빚잔치'해봐야 건질 게 없어 채권자들로선 사적화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디지탈라인에 대한 이번 결정으로 코스닥위원회는 소액주주의 송사부담에서 한발 비켜서게 됐다. 주주들도 자칫 휴지조각이 될 뻔 했던 주식을 다시 매매하고 환금할 수 있게 됐으니 큰 '다행'이다. 그러나 무더기 등록에 따른 수급불균형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국이 퇴출요건을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결정이 나오니 결과적으로 정책방향과 거꾸로 가는 꼴이 되고 말았다. 퇴출위기에 처한 코스닥기업이 "우리 기업과 한국디지탈라인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코스닥위원회에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때는 어떤 답변이 나올지 정말 궁금해진다. 손성태 증권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