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동 < 인젠 대표이사bdlim@inzen.com > 워즈니악이라는 젊은이가 차고에서 가정용 8비트 컴퓨터에 대해 얘기하자 그의 친구 스티브 잡스는 그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결국 두 젊은이가 차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면서 애플컴퓨터의 역사가 시작됐다. 만약 잡스가 워즈니악의 아이디어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고 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구촌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다른 누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필자는 남의 아이디어를 듣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시나리오작가가 자신의 대본을 감독에게 설명한다고 하자.그 작가는 무일푼에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어머니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감독은 그 이야기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큼 재미있는지 또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내용인지 물을 것이다. 또 대본에 얼마만큼의 흥행요소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아이의 어머니가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는 로맨스인가. 또는 어머니가 불의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악당들로부터 추격을 당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어머니가 람보처럼 등장하는 액션영화인가. 흥행에 대한 당신의 책임문제도 얘기할 것이다. 만약 감독과의 대화가 이런 식이라면 작가는 이야기를 마무리짓기도 전에 지쳐 버리거나 감독이 생각하는 뻔한 흥행요소를 대본에 삽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듣는 사람은 '객관적'이라는 생각으로 그 결과를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잣대에 의해서 잘려 나간 황금 아이디어도 많을 것이다. 아이디어를 놓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면 누구도 적극적으로 생각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란 수많은 아이디어가 조화를 이루면서 도출된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성공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을 기대하는 사람은 그러한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하도록 부추겨야 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 아이디어를 관리하는 사람의 책임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좋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포상할 경우 그 아이디어를 다듬어 주는 중간 관리자도 포상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