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주무대를 1,290원선에 두는 극도의 침체장속에 허덕인 가운데 이틀째 올랐다. 물량부담에 의한 하락과 엔화 약세에 의한 상승이 공존하며 위아래를 억누르고 떠받쳤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10원 오른 1,290.6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1,294원에 마감한 이래 1,290원대서 마감하기는 9거래일 만에 처음. 시장의 지배적인 정서는 달러매도(숏)에 치우쳤으나 달러/엔 환율의 상승은 심기를 어지렵혔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하이닉스반도체 GDR 1억달러 인수, LG전자-필립스의 CRT 합작법인설립 계약, 한국통신 DR 발행일정 확정 등 하락쪽에 무게를 둔 재료가 시장에 주입됐지만 시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업체들이 예전에 과잉매수한 물량이 있어 1,290원만 넘으면 5,000∼1억달러가량을 내놓고 있는데다 기준환율이상이면 판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박스권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큰 건의 재료나 뉴스가 나와야 이같은 장세를 깨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은 1,288∼1,293원의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원-엔 환율 말뚝박기 = 원화와 엔화 환율 모두 박스권내 꽁꽁 묶인 채 탈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달러/엔 환율은 121엔선 후반에서 오름세를 거두는 모습이었다. 1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엔화는 한때 122.06엔까지 오르는 등 6주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121.95엔에 마감했다. 이날 도쿄장에서 달러/엔은 개장 초반 122.08엔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일본 수출업체와 기관투자가의 달러매도-엔화매입으로 121.60엔까지 밀린 뒤 121.80엔선에서 정체된 움직임을 보였다. 닛케이지수의 급락이 낙폭을 더 이상 줄이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닛케이지수는 개장초반부터 기술주와 내수 종목을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2.92% 내린 12,840.10으로 마쳤다. 닛케이지수가 13,0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10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거래자들은 오는 21일 발표예정인 정부의 경기판단에 관심을 기울이며 단기적으로 124엔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들은 1,290원 위에서는 네고물량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고점매도전략을 펴면서 상승을 제한했다. 결제수요도 1,289원선에서 나와 수급상 위아래로 꽉 막히게 만들었다. 역외세력은 전날 뉴욕장에서의 매수세를 개장초에 이었으나 달러/엔이 소폭 가라앉으면서 잠잠해졌으며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은 5∼6,000만달러가 시장에 나왔다. NDF정산관련 국내 은행권의 매도물량이 1억5,000만달러 가량 있었으나 소화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만기 연장하지 않는 이상 지속적인 공급요인이 되고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3.50원 오른 1,292원에 출발했다. 전날 뉴욕장에서 달러/엔이 121.95엔으로 튀어오르고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1,294원까지 오른 것을 반영한 것. 개장 직후 1,292.50원까지 상승한 환율은 물량 압박과 달러/엔의 내림세로 1,288.80원까지 저점을 확대하고 대체로 1,289원선을 거닐다가 1,289,5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달러/엔 오름세를 반영, 오전 마감보다 0.70원 오른 1,290.2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잠시 1,289원선으로 되밀리기도 했으나 1,290원선에서 주무대로 침체장을 이었다. 오후 개장이후 1,290원 아래로 내려간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장중 고점은 1,292.50원, 저점은 1,288.80원으로 하루 등락폭은 3.70원에 그쳤다. 전날은 2.70원 등락에 그친 바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나흘만에 순매도로 방향을 틀었다. 거래소에서 550억원의 순매도를, 코스닥시장에서는 16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2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규모가 크지 않아 환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4,3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1,07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6억7,930만달러, 5억3,220만달러가 거래됐다. 13일 기준환율은 1,290.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