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피아노의 대명사격이었던 삼익악기는 준비되지 않은 2세 경영자의 엉성한 관리로 기업부패를 막지 못해 도산(법정관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금담당 과장이 회사 돈을 4백억원이나 빼돌려 자기 소유의 회사를 10여개나 차렸지만 이런 사실을 도산할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삼익은 한창 잘 나갈 때 8백억~9백억원을 현금으로 갖고 있을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았는데 이것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결과 ''빼돌리기''를 키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삼익악기 재무담당 임원이었던 L씨의 회고.

"자금담당은 있었지만 자금운용을 사후에 체크하는 회계인력과 시스템이 없어 관리에 구멍이 뚫렸던 것이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2선의원 출신 창업주의 맏아들인 2세는 당시 기획조정실 전무로 자금부문까지 총괄하고 있었다.

MBA 출신이었던 2세 경영인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금사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더욱이 그는 문제의 자금과장을 신임한 나머지 회계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삼익 출신들은 전한다.

이런 가운데 사장자리에 오른 2세 경영인은 부동산에 욕심을 갖고 있던 창업주(회장)의 뜻을 꺾지 못하고 본업과 관계없는 참치잡이 회사 등을 거느리고 있었던 삼송그룹 3개사를 덜컥 인수했다.

어른(창업주)이 삼송의 서울 빌딩 2개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업내용을 별로 따져보지도 않고 사들였다.

이어 타워크레인 제조업체인 우성중공업,가구회사인 글로리아가구 등을 잇따라 인수해 계열사 및 방계회사를 14개 늘렸다.

이 와중에 맏아들인 2세 사장과 동생간 상속권 분쟁까지 표면화되자 금융권에서 등을 돌려 삼익악기는 결국 지난 96년 10월 두 손을 들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소주회사인 보배도 전문지식이 없었던 2세 경영인의 관리능력 부재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우.

90년대 소주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었지만 별다른 현장수업없이 사장에 오른 2세 경영인은 창업주의 뜻대로 허허벌판에 가까운 익산에 서울의 대기업 사옥 못지않은 대형사옥을 신축했다.

그 결과 사무실 임대부진으로 사채를 끌어다 쓰는 상황이 됐고 결국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전주지법 부장판사로서 이 회사의 법정관리를 결정했던 신병원 변호사는 "당시 가수금정리 등은 장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엉터리로 돼있었다.

사옥신축은 창업주의 뜻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관리문제는 명백히 사장인 2세 경영인의 책임이다"고 밝혔다.

대한모방도 경영권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이 필요한 자금은 수중의 부동산을 팔아 조달하고 경영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신사업 개척이나 내부개혁에는 눈을 돌리지 않은 근시안적인 경영이 도산을 자초한 것으로 지적된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