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대한 현대관계사들의 지원 문제가 현대건설 추가자구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물밑에서 현대중공업 등에 대해 지원압박을 해온 정부가 지난 3일 퇴출발표이후부턴 노골적으로 ''현대가(家)'' 차원에서 나서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중공업과 자동차는 물론 방계그룹들도 "건설을 살리지도 못하고 동반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압력을 의식한 나머지 마지못해 지원에 나서더라도 건설의 자금난을 해결할 정도로 적극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계열분리, 독자경영, 문어발차단 등을 추진해온 정부의 기업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정부발상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국계 증권사의 외국인 전문가들은 "''현대사태는 현대 패밀리가 해결하라''는 정부의 발상은 일반여론에는 잘 먹혀들수 있지만 시장경제원칙에는 배치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 가족들의 결심만 있다면 1조~2조원을 만들어 현대건설은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일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현대건설의 처리는 그룹 전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그룹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세워야 현대건설 회생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정씨 일가가 나서 현대건설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정부는 현대중공업과 자동차가 현대건설을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여러경로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타진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 자동차와 중공업 입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지난 4일 중국 출장을 떠나면서 ''건설지원 불가입장''을 내부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최근 "형제간의 화해와 경영이라는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자동차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어 현금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건설지원을 할 경우 동반부실이 뻔하다"고 말해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1천8백억원의 지급보증을 하고 있지만 추가지원은 사외이사와 주주들의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보였다.

◆ 현대 방계그룹 지원 =정부가 ''범현대그룹지원'' 분위기를 조성할 경우 현대백화점과 KCC 성우 현대산업개발 등 현대 방계기업들이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매출규모나 자금동원 능력을 고려할 때 현대건설 자구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게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들은 특히 지난 97년 한라그룹이 현대 계열사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쓰러졌던 경험이 있어 현대건설 지원에 극히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정몽헌 회장 움직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5일 김윤규 현대건설사장,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 등과 사재출자 서산농장 매각 등의 추가자구책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최근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과 잇따라 접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측은 이들 관계사들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아산 등의 비상장주식과 일부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현대건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전문가 반응 =미국계인 베인 앤드 컴퍼니 컨설팅의 최진환 컨설턴트는 "같은 현대방계라는 이유로 부실의 짐을 나눠지라는 주장은 기업자본주의 관점에서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만약 정부의도대로 현대의 여러 관계사들이 건설지원에 나설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 대해 실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상훈 동원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구조조정이란 부실을 털어내는 것인데 ''딴살림''을 차린 회사까지 부실처리에 동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